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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칼럼

[중앙]20140605 분수대, 양선희 논설위원 기고

*분수대의 글은 평소에도 거의 균질적으로 좋았지만 이번 건 재미있어서 발췌해봤다. 

*바로 옆엔 장하준 교수가  '집단 효도'가 필요하다는 칼럼에서 노인 빈곤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의 문제인가, 아니면 "특정 세대"의 문제인가? 

*전반적인 통찰과 문제의식엔 동의하나 이 칼럼에도 60대부터 80대까지 무려 세 세대를 '노인'이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통칭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노인들


'요즘 노인들 무섭다'. 이 말은 '요즘 애들 무섭다'는 말만큼이나 공감을 얻는다. 세월호 아이들을 팽개치고 도망친 이준석 선장이나 전남 장성 요양원 화재와 서울지하철 3호선 도곡역 열차 방화 용의자도 70, 80대였고 최근 전남 영암의 한 초등학교에서 대낮에 여아 4명을 성추행한 용의자는 60대였다. 70대 노인의 방화로 국보1호 남대문이 전소된 것은 온 국민의 트라우마다.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사고는 자기파괴적인 데 비해 노인들을 사고를 쳤다 하면 이렇게 범사회적 충격을 일으킬 만큼 스케일이 큰 경우가 많아 더 무섭다. 


일부 노인의 일탈이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 보여서 걱정이다. 요즘 여성들은 어두운 골목에서 남자 노인이 보이면 머리가 쭈뼛해진다고 할 정도로 노인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커지고 있다. 노인범죄는 고령화 사회에선 어디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도 10여 년 전부터 '폭주노인' 운운하며 노인범죄를 우려했다. 미국에선 삶의 권태를 이기지 못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처럼 일탈과 악행에 무감각해지는 노인들을 '파우스트 세대'라며 걱정한다. 


물론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 노인범죄가 느는 건 어쩔 수 없다. 한데 우리나라 노인 범죄 양상은 좀 독특하다. 일본 노인범죄는 5건 중 3건이 절도로 생활범죄가 많다. 한데 우리나라 노인범죄(2011년 기준)는 폭력, 사기, 절도 순이다. 10년 사이 강도와 강간은 4배씩, 방화는 2.7배, 살인은 2배가 늘었다. 노인범죄가 흉악범죄 중이다. 10~30대 범죄 건수는 주는 반면 60, 70대의 범죄건수 증가율은 가파르다. 노인 1명이 늘면 범죄는 3건이 느는 꼴이다. 게다가 평생 전과 없이 살다가 60, 70대에 처음 범죄를 저지르는 초범은 5명 중 3명꼴이다. 


왜? 문제는 그 설명이 별로 없다는 거다. 장성, 도곡역 사건 후 노인범죄 관련 연구물들을 뒤졌다. 본격적 연구라 할 게 별로 없었다. 빈곤, 소외 등의 노인문제와 건강이 좋아져서 힘이 넘치는 것을 범죄의 요인으로 꼽는 등 다른 나라 연구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한데 정말 궁금한 건 한국 노인범죄의 특이한 양상, 어째서 우리 노인범죄는 흉악범죄 중심인지, 나이를 앞세워 대접받으려는 문화와 가부장 문화의 붕괴에 따른 아노미 등이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등과 관련된 것이다. 이젠 노인범죄 연구도 연구 소외지대를 벗어나 치열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유를 알아야 대책도 나올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