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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칼럼

정당 개혁에 관한 조-경 콜라보

*진짜 보기 힘든 콜라보




[경향]20140609 정태인 정동칼럼: 정당이란 무엇인가?


(생략)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이들의 지지율은 4년 만에 평균 9.3%포인트 올랐다. 흔히 세월호 참사의 여파라든가 후보 단일화, 그리고 혁신교육의 성과를 이유로 든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 10%도 되지 않는다. 내가 아는 당선 교육감들의 성향은 새정치연합이라기보다 정의당이나 녹색당에 더 가깝다. 교육감 당선자들도 지지하는 당을 표기했다면 낙선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 소속이거나 후보 단일화가 당선의 충분조건인 것도 아니다. 같은 새정치연합 소속이라 해도 박원순, 최문순 당선자와 송영길, 김진표 낙선자를 비교해 보면 누가 뭐래도 후자가 더 ‘진성 민주당’ 사람들이다. 즉 거의 같은 조건에서 시민들은 ‘비민주당’ 인사를 더 선호한 것이다.


침몰하는 세월호 사진 속에서 치른 선거임에도, 침몰하지 않은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박근혜 마케팅”에 의존하고 일부 후보의 경우 네거티브에 목을 맨 것은 정상적인 정당의 행위가 아니다. 스스로 정당임을 포기한 덕에 파국을 모면했다.


이 모든 현상들의 배후에 갖가지 “정치 혐오”와 “정당 불신”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정치는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의 공익, 또는 공공성의 내용과 실현 방식은 정치(숙의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정당하게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가 암시하는 사회적 재난, 극심한 불평등이 불러올 경제적 위기(한국의 피케티 비율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어느 나라보다도 자산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핵발전소의 당면한 위험, 나아가서 한 나라를 넘어서는 생태위기를 자동적으로 시장이 해결해 줄 리 없다. 오직 정치가 희망이고 이를 위해 존재하는 근대적 제도가 정당이다.


선거에서 개인의 도덕성과 능력은 매우 중요하며 이번 선거도 이를 입증했다. 하지만 서민적 엘리트라 해도 거대한 방향 착오를 일으킬 수 있고, 합당한 정책을 수행하려 해도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치 엘리트의 견제, 정책 형성과 실현, 둘 다 정당이 해야 마땅한 역할이다.


그런데 이 당 저 당 할 것 없이, 지금 우리 정당들은 정치를 가로막는 존재가 된 것처럼 보인다. 독립지역정당의 합법화, 비례대표제의 대폭 확대와 결선투표제 도입, 직접 민주주의 제도의 도입 등 부분 해법은 수없이 제시되어 있다. 직접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거대한 위기와 맞서기 위해서도 현재의 정당정치는 총체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또 어떻게?” 이 의문이 한낱 시민을 가위처럼 짓누르고 있다.





[조선]20140610 신정록의 태평로: 어느 녹색당 후보의 도전과 실패


(생략)


나는 그 사람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었다. 녹색당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한국에도 녹색당이 있나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당이 언제 생겼고 무엇을 하자는 정당인지는 알지 못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이 당은 지난번 총선 한 달 전인 2012년 3월에 창당됐다. 창당준비위를 구성한 뒤 중앙당 창당까지 1년 4개월이나 걸린 것을 보면 당원 모집에 꽤 어려움을 겪었던 모양이다. 이 당은 총선 때 정당 비례대표 선거에서 0.48%를 얻는 데 그쳐 등록이 취소됐다가 총선 이후 재창당 과정을 거쳤다.


녹색당의 강령은 '우리는 작은 씨앗이다'라는 다소 엉뚱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생태 농업과 생명, 비폭력 평화, 다양성 옹호 같은 것을 내건 이 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구 후보 11명이 모두 낙선하고 정당 비례대표에서도 0.75%로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현재는 미약하기 그지없고 미래도 별로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녹색당 후보로 과천시장 선거에 나선 사람은 두 번 연속 무소속으로 시의원에 당선됐던 사람이다. 2006년엔 기호 10번, 2010년엔 8번으로 당선됐으니 간단치 않아 보였다. 시의회 의장도 했다고 한다. 시민들의 평가도 좋았던 모양이다. 과천에 사는 한 지인은 "아줌마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선거를 치른다고 한다"며 "자원봉사자들의 눈빛이 간절하다"고 했다. 그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새싹이 움트듯, 나무에 물오르듯, 피어라 과천'이었고 제1 공약은 '에너지 자립 도시 건설'이었다.


그는 과천시 의원으로 8년간 같이 일해온 정의당 후보와 배심원 투표를 통해 단일 후보가 됐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과는 "공동 기반이 없어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단일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거는 새누리, 새정치, 다른 친여(親與) 무소속 후보 1명과 함께 4파전이 됐다.


여론조사는 비교적 팽팽하게 나왔다. 그는 자신이 당선되면 "정치 원리가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아니었다. 과천과 연고가 전혀 없는데도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후보가 33.05%를 얻어 29.01%를 얻은 새정치연합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녹색당 후보는 19.25%로 3위에 그쳤다. 이런 정당과 이런 후보에게 문호를 열 준비가 우리 사회는 아직 안 되어 있다는 증거다.


이런 정당은 변방의 비주류다. 주류를 꿈꾸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거대 양당 구조로 담지 못하는 다양한 가치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그릇일 수 있다. 유럽에서도 그랬다. 꼭 녹색당이거나 그 후보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극단적 이념 정당이 아니라면 우리 정치도 이제 이런 쪽에 작은 공간을 내줄 때가 됐다. 새로운 정치는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 시작되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