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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기법보다 관점

우리는 서로를 무시한다. 

논설을 프로파간다라 비판하고 스트레이트를 영혼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논설을 자유롭게 파생시키는 스트레이트가 옳은 것일까. 

스스로가 논설을 담은 스트레이트가 옳은 것일까. 

나는 물론 아직은 이 고민들에 답을 명쾌하게 내리진 못하겠다. 


공개되지 않은 사실을 처음으로 완벽하게 파악하고 보도하는 것? 

접근이 어려운 민감한 정보를 파악해내는 것? 

아니면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해내는 것? 


흔히 '출세작'을 쓰는 기자들은 위와 같은 것들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무엇이 옳으냐'는 대답과 별개로 최소한 분명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모두 '기법'이라는 것이다. 

기법에 능한 기자들은 세상을 들썩이게 할 '출세작'을 쓸 가능성이 높다. 


자생능력이 부족한 저연차 기자들에겐 이 '기법'을 익히는 것만 해도 고통스럽다. 

기법이 전무하다면 기사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기법은 곧 거래 능력이자 생산 능력이다. 

세상엔 아무것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생산직'으로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새 눈을 뜨게 된다. 그 눈을 뜰 땐 아프다. 


요즘 준비하고 있는 행정부처 관련 아이템을 취재하다보니 

나와 큰 친분이 없지만 예전부터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했던 어떤 선배가 쓴 글을 자꾸만 곱씹게 된다. 

세상을 들썩이게 할 단독기사도 좋지만 기자의 기본 역할은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옳은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보도자료'에서 각 부처가 입안할 내용에 대해 사실 관계를 잘 갈무리한 

훌륭한 요약형 기사를 쓰는 것보다 그 정책이 미칠 영향과 사각지대를 분명히 밝혀 

'관점'을 전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이런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행정부처의 조직과 입안 체계, 그리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과 

결과물이 도출되기까지의 매커니즘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더 많이 알아야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온갖 기법을 동원해 이전에 나오지 않았던 것을 새롭게 '생산'하는 것에만 골몰하지 않고 

'관점' 역시 취재의 대상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것이 사회의 공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어떻게 제시될 지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기자 각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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