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누르고 또 눌러도
wichin
2014. 6. 5. 22:47
성실하게 꼭꼭 눌러 쓴 책은 그냥 읽을 수가 없다. 특히 가슴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글은 더 그렇다. 몇 번을 덮었다 펼쳤다 반복했다. 숨이 막혀 한번에 끝까지 읽지 못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먹고 사는 것 말고 우리를 살아있게 만들었던 것들에 대해 한강은 신형철 평론가 말마따나 너무나 "정확한" 언어들로 증언하고 있다. 분노, 혹은 어떤 종결이나 청산도 아니다. 끝내 잊혀지지 않을 '부재의 기억'을 다만 고백한다.
체험하지 못한 기억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활자 하나하나가 아프게 다가오는 이 증언들은 우리가 한때 '양심'과 '신념'만으로도 살 수 있었다는 어떤 역설적인 위로를 준다. 읽었던 한강의 소설 중 가장 그녀와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