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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빌리언즈> 보는 중

넷플릭스에서 요즘 '이것만' 본다. 오랜만에 정신 못 차릴 만큼 쌔끈한 미드를 발견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빌리언스> 알아요? 라고 물어본다. 정치 법정 스릴러에 '헤지펀드'만 얹었는데도 신선도가 확 올라갔다. 미국 CBS 코퍼레이션 케이블 채널 '쇼타임'에서 시즌 4까지 방영됐다. 아담 맥케이 2015년작 <빅쇼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라면 200% 이상 즐길 수 있을 거라 본다. 

 

찾아보니 트위터 등지에서 17년부터 알음알음 국내 시청자들에겐 알려지고 있는 듯. 나는 이제 시즌2를 막 다 봤다. 예전처럼 한 번에 전 시즌을 섭렵하거나 하는 건 체력적으로 매우 지침 ㅠㅠ 불가능

전체 시놉은 월스트리트의 전설이 된 사모펀드 매니저와 그의 불법 내부 거래를 색출하려는 뉴욕 남부 검찰청 검사장의 지략대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 범죄를 어떻게 섹시하게 묘사할지가 관건인데, 문외한들이 증권 색터에 대해 가진 '환상(또는 편견)'을 극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애널리스트가 위성 사진으로 해외 공장 수주량을 파악해 투자 결정에 반영하고, 파쇄된 자동차 기업 리콜 보고서 거래로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식. '지략'의 내용인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연출도 나름 재밌다. (리들리 스콧 <굿와이프>와 캐리 후쿠나가 <트루 디텍티브>를 섞은 느낌) 

사모펀드 Axe Capital을 창립한 보비 액설로드는 the Hillbilly, 이른바 '흙수저' 계급의 백인 하층민 출신. 천부적인 두뇌와 투자 감각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월스트리트의 전설이 됐다. 카운터파트인 뉴욕 남부청 검사장 척 로즈는 동부 유력 가문 출신 엘리트 정치 유망주.(벌써 재밌지 않은가?) 두 인물 모두 불법의 경계 언저리에서 서로를 끝까지 작살내려 한다. 

큰 돈이 오가는 순간적인 판단을 수시로 해야 하는 직업 특성 때문인지 엑스 캐피털엔 직원들 심리 상태를 살피고 조율하는 정신과 의사가 있다. 보비의 창업 파트너이자 척의 아내 웬디.(시즌3부터는 웬디가 중심이 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하는데, 뻔한 치정극으로 흘러가지 않길 바란다) 연봉 순위 국내 탑티어 모 펀드매니저에 따르면 국내엔 아직 인하우스에 정신과 의사를 두고 있는 곳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거 다 소설이고 우리 매니저들은 다 아주 착한 사람들이에요"라고 전함. ^^

두 주인공 모두 폭주 기관차같은 에너제틱한 인물들로 묘사되는데, '수퍼리치', '귀족 계급'이라는 키워드에 한국이라면 으레 따라붙을 각종 여성 혐오적 묘사가 생각보다(물론 '생각보다'이다) 덜하다는 점도 인상적. 즉 이들이 각자 방식대로 순애보적으로 헌신하는 '아내'와 맺는 관계들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인상적인 에피소드 하나. 911 테러로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지면서 모든 동료들을 다 잃은 보비. 캐피털의 실질적 지배자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사건이었다. 그 이후 뉴욕 소방당국에 막대한 금액을 기부하는 등 '살아남은 자의 윤리'를 실천하고 있던 그가, 테러 직후 여객 회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공매를 쳤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난이 봇물 터지며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월스트리트의 상징으로 추락하자 그가 내세운 논리. "그 순간 가장 냉철해지는 것이 남은 자들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 험악한 분위기의 소방관들은 그 얘길 듣고 현타를 맞는다~

매끈한 일 처리에 대한 보상으로 50만 달러쯤 가볍게 오가는 월스트리트 풍속이나 전용기, 대저택 파티 같은 눈요기감도 많은 편. 속어가 많긴 해도 쓸 만한 일상적 표현들이 많이 나와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만일.. 한다면...)

와튼 스쿨 출신으로, SAC 캐피털을 창립한 실제 인물 '스티븐 코언'과 내부거래 수사 실화를 모델로 했다. 관련 다큐는 시간되는대로 보고 다시 리뷰! 관련 다큐 서적 <블랙에지>, 목동에 재고가 딱 한 권 남았길래 사왔다. 평화로운 주말 별일이 없다면 후루룩 읽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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