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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소름 돋는 글

글을 찾아 강박적으로 읽으려는 습관이 있다보니 좋은 글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내용에 필요한 논문을 찾다가 지방대 국어국문학과 강사가 쓴 논문을 뽑아 읽었는데 논지는 물론이고 문장이나 표현, 구성이 좋아서 마구마구 밑줄과 각주를 끄적거리며 읽었다. 패기있고 냉철한 결론부 문장의 마침표까지 따라 읽을 때면 이래서 사람이 평생 공부를 할 수 있는 거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말 그대로 팔에 소름이 쫙 돋는다. 

열심히 추천을 받거나 조사를 해서 좋은 글을 쌓아두고 읽고 있으니 내 팔엔 소름이 자주 돋는다. 기분 좋은 자극이다. 

자기가 소속된 분야에 축적된 논문이 재미있어야 해당 분야의 공부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학교로 들어오는 버스에서 뒷좌석에 앉은 저학번들이 자신의 전과를 말리는 선배의 조언에 대해 얘기하며 인생 책임져 줄 것도 아닌데 오지랖이라는 험담을 하고 있는 걸 들었다. 자기 앞가림 하기 어려운 세상에 떨어준 오지랖이 정말 감사한 거라는 걸 깨달을 때쯤이면 저들도 졸업을 하겠지. 그 학생들을 다시 만나면 "논문을 읽어보라"고 말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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