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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두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

이번주는 장례식 두 번, 결혼식 한 번이 있다. 


어제는 꽤 오랜만에 혜화에 다녀왔다. 아는 선배의 장례식. 집에 돌아와 검은 정장 투피스를 입고 지하철을 타고 갔다. 장례식으로 대학로를 간 건 처음이었다. 상복을 입은 친구 둘과 함께 왁자지껄한 청년들 틈 사이로 병원을 향해 걸어갔다. 장례식장이 대학로에 있다니 어색했다. 생사가 담장 하나 차이였다. 술 한잔 같이 했던 선배였지만 절친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사이였다. 갈 것인가. 고민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선배 얼굴이 선명해 안 갈 수가 없었다. 반가운 얼굴들도 꽤 보았다. 빈소에 모인 친구들도 나랑 처지가 비슷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우울증이 이 선배의 장례로 정점을 찍었다. 우울했을 것이 틀림없는 친구들이 저마다 먼 선배의 영정 앞에 절을 하며 저마다 애도의 식을 치렀다. 영정 사진을 보니 언젠가 개표방송을 보며 함께 맥주잔을 부딪쳤던 기억이 화륵 되살아났다. 젊은 나이. 나라에서 알 법한 유명인사들이 앞다퉈 조화를 보내왔다. 빈소도 사람들로 빼곡했다. 다행이었다. 우리가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던 또다른 선배는 충혈된 눈으로 웃으며 그래도 이녀석이 친구들은 잘 사귄 모양이야, 라고 말했다. 


내일은 결혼식이 있다. 꽤 오랜 시간 어렸을 때부터 부비며 뛰어놀던 이웃집 언니다. 4년만에 불쑥 연락와 청첩장을 내밀었다. 어린 나이. 집은 구해놓았다고 한다. 이 언니가 결혼을 한다니, 뺨을 손으로 감싸며 같이 놀던 다른 친구와 셋이서 놀라워했다. 4년만이었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수다를 떨었다. 


안산에선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이번주가 유독 바빠 아직 가지는 못했다. 자원봉사 일로 단원고를 찾아봤을 땐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느 기사를 보니 안산시내에서 타는 택시기사들마다 세월호에 탄 학생들이나 가족들을 지인으로 두고 있었다고 한다. 언젠가 애들을 길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강남에서나 명동에서나 삼청동에서나. 


며칠내내 뉴스를 끼고 살다 머리가 아파서 멀리했다.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다보니 그것도 적응이 된다. 씻겨 내려간다. 슬픔도, 분노도. K와 M에서는 오늘 처음으로 세월호 관련 뉴스가 탑에서 내려갔다. 오늘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올 때는 나무에 노란 리본들이 묶여있는 걸 봤다. 나무는 저렇게 또렷이 기억하고 애도하고 있는데 하마터면 나는 무뎌질 뻔 했다. 


그 애들은 운이 나빴어, 라고 말하게 될 날이 오지 않아야 하는데. 잊지 말아야 하는데. 

내일 결혼하는 언니에게는 그래도 활짝 웃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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