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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오! 월이다

좋아하는 선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언제쯤 술을 얻어먹을 수 있냐고. 

요즘따라 기운들이 없는 모양이었다. 슬픈 하루들이 반복된다고 했다. 나도 별달리 기운차릴 일 없는 나날들이지만 선배는 기운 내시라고 진심으로 말씀드렸다. 선배는 희망을 만들고 계시잖아요, 라고 말했다. 선배는 술 한잔 하고싶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다시 한번 나에게도 기운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우리가 기운을 내야 한다. 희망은 좋은 말이다. 죽으나 살으나 이 땅에 발 딛고 살아야 하는 한 재건할 수밖에 없다. 더 좋은 곳으로, 더 나은 곳으로 재건할 수 있다. 재건해야 한다. 희망해야 한다. 


어쩌면 나보다 더 이상주의 성향을 가진 다른 선배가 있는데 한동안 이 선배와는 얘기를 많이 하지 못했다. 공감 능력이 탁월한 이 선배도 무진 속을 썩였을 거다. 아픈 사람들을 보면 자기도 아파서 어쩔 줄 모르겠다던 이 선배도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잠들지 못한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 타인의 죽음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오! 월이다. 

그 사이 한 젊은 선배는 세상을 떠났고 오래 사귄 한 언니는 결혼을 했다. 

근래엔 삼청동을 함께 걸었다. 나는 삼청동이 좋다. 예쁜 집들을 구경하고 맛있는 팥죽을 먹었다. 

차박차박 비 오는 봄날이 좋다. 삼청동을 걷다 가회동을 지나 창덕궁을 지나 인사동을 걸어 종로2가로 갔다. 

음악이 없어도 좋은 날들이다. 좀 더 따뜻해지면 빨간 원피스를 꺼내 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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