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병동에서

병원에서의 생활이 길게 지속되고 있다. 간병인 노릇을 한 것도 오늘로 5일차다. 이곳은 아침 6시가 되면 금세 부산해지고만다. 아픔을 참아내는 사람들의 침묵 때문에 공기는 더 무겁다. 한 발자국 너머에 바로 세상이 널려있는데 이상하게 여기만 고립돼있다. 꼬깃한 신문들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다.

어른들은 늙었다. 슬픈 일이다. 어느덧 내가 집안을 대표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목에 복숭아씨가 걸린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는 엄마가 와서, 지하에서 맛있는 밥을 먹었다. 그리고 권태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 늦은 밤 엄마를 버스에 태워보내고 종종종 다시 육교를 건너 병원으로 돌아오는데, 뭉클한 게 올라왔다. 내일은 해야할 일이 많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창 위의 벌레  (0) 2014.06.20
스트레스의 원인  (0) 2014.06.09
기레기 노이로제  (0) 2014.05.30
정장을 입은 느낌  (0) 2014.05.27
과제를 하다가  (0) 201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