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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유리창 위의 벌레

1.

정체를 알 수 없는 연두색 유충 하나가 아침 7시부터 지금까지 카페 바깥 유리창에 붙어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몸체가 많이 흔들리지만 꿋꿋이 유리창에 몸을 붙이고 있다. 유충이지만 보기가 께름칙해 포스트잇을 붙여놨더니 붙여놓지 않은 쪽으로 움직여 또 그렇게 한참을 붙어있다. 이 벌레조차도 지켜보고 싶은 유리창 속의 세상이 있다는 듯. 오전 나절을 줄곧 이 유리창에 붙어있는 이 빨간 눈의 벌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작은 녹색 몸체 안에 스민 맹목적이고 순수한 생명의 충동을 느낀다. 어리둥절하게 생명을 부여받고 단지 살아남는다는 충동으로 사는 것. 어떤 고귀한 설명이 부연되더라도 인간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5시간동안 유리창에 붙어 있는 벌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복잡한 삶마저 거대한 충동의 줄기위에서 그려지는 너무 뻔하고, 별다른 교훈없는 궤적일 뿐일지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있을까? 그리고 감동이라는 게 있을까? 


2.

문창극의 서사가 어이없을 정도로 금세 비웃음의 나락에 빠진 것이 나는 인간적으로 슬프다. 삶이라는 게 얼마나 한순간에 무너지기 쉬운 것인가. 그밖에도 논문 때문에 말이 하도 많다보니 관가에서는 고위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미리 학위논문이 아닌 자격시험을 치르는 요령이 선호되고 있다고도 한다. 그래도 이런 인사검증 과정을 통해 은폐된 권력 관계가 낱낱이 파헤쳐지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도대체 제대로, 흠결 없이 살려면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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