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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병신'이라는 에티카



일베의 사상-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생(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3)

저자
박가분 지음
출판사
오월의봄. | 2013-10-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김치녀’ ‘홍어’ ‘보슬아치’ ‘좌빨좀비’ ‘노알라’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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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무수한 게시글을 관통하는 강령은 이것이다. "우스운 인간은 우스운 인간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속되게 이르면 "너와 나는 모두 병신이다."는 구호다. 자학과 모멸을 바탕으로 한 '병신의 연대'는 생각보다 끈끈하다. 그들 사이엔 내규가 있다. 존댓말을 사용하는 유저들을 '씹선비'라 비판하고 여성임을 인증하는 유저들을 강퇴하며 "물 흐리지 말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조롱, 비하, 멸시로 얽혀있는 그들의 유대를 저해하려는 세력은 가차없이 배척당한다.


일베충은 이미 한국 사회의 부정적 낙인으로 보편화돼 있다. 인터넷 군중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최신 유행어에도 익숙하게 "일베 용어니 내려달라"는 요구를 발견할 수 있다. 아이돌 '시크릿' 멤버 전효성은 방송에서 "민주화"라는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가 네티즌들의 집단 항의를 받아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커밍아웃에 준하는 '일밍아웃'이라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쓴 저자는 '일베'는 상종하지 못할 쓰레기들이 고여있는 집단으로만 이해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베를 작동하는 여러가지 원리나 양태들이 '논객 시대'와 인터넷 공론장의 환상을 경험한 바 있는 많은 이들의 의식 구조에서 배태했다는 점을 논증하며 일베 현상에 대한 '사상화 작업'을 추진한다. 일베를 사상으로 이해해야 그로 인해 촉발한 문제들을 해결할 각도를 모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쓰레기는 성찰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판할 수도 없는 법이다. 제목이 <일베의 사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일베에 이론을 입히는 작업이 이 책의 근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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