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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윤상을 사랑하는 남자

개강 전의 마지막 화려한 휴가를 보내고 어느덧 학기도 일주일차로 접어들었다. 육체적으로 지치는 하루하루지만 그래도 요즘은 나름 한껏 정신적으로 고양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소에 늘 읽고 싶었던 니체도 원없이 읽을 수 있고 새롭게 알게 된 좋은 사람들도 생겼고 수업들도 죄다 재밌는데다가

무엇보다 바로바로.... 



가을이다. 


나는 가을의 광팬이다. 순전히 가을에 관한 노래가 많다는 이유로 어떤 재즈 앨범을 구매하기도 했다. 곤충에 썩 관대하지 않은 편이지만 가을 곤충의 대명사 잠자리는 꽤 귀엽게도 느껴진다.(게다가 최근 알게된 사실인데 심지어 잠자리의 주식이 모기라고 한다. 이런 유용한 곤충이라니!) 가만히만 있어도 절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을 머금게 하는 가을 공기를 사랑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도 좋아한다. 어깨에 착 감기는 서늘한 바람이 더없이 뿌듯하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가을만 있는 나라가 있다면 진지하게 이민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혈관에 흐르는 낭만 호르몬들이 죄다 가을에 집적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가을을 더 빛내주는 것은 늘 이맘때면 듣곤 했던 성시경의 <바람, 그대>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윤상의 곡들이다. 


내가 윤상 만큼이나(보다?) 흠모하는 한 평론가가 저번 달부터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첫 회가 나가고 한 달이 다 되었을 무렵 드디어 처음 팟캐스트를 듣게 됐다.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가 나오게 됐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인도에 가게 되면 가져갈 단 하나의 앨범"으로 그는 윤상의 <클리셰>를 꼽았다. 윤상과 S 평론가에 대한 흠모도가 동시에 상승했다. 왜 이때껏 생각하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이 조합이야말로 최선의 전략적 공생관계 모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 취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윤상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친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그만하자)


팟캐스트를 듣자마자 블로그에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쓰지 못했는데 역시 그새 S 평론가는 윤상의 연관검색어가 됐다고 한다.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여하간 가을이 점점 무르익어간다. 나의 24살도 어느덧 이렇게 가을을 맞았다. 올 가을도 윤상 앨범을 든든히 장착하고 꼬박꼬박 잘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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