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달을 보다

우리는 슬픔에 대해서 얼마나, 어디까지 애도할 수 있고 애도해야 하는 것일까?

마음 속에 차려진 작은 납골함을 부숴 흔적조차 없게 만들 때까지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슬픔의 몫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나.

생의 의무라는 큰 빚을 지고 있는 우리는, 분연히 눈물을 훔치고 똑바로 일어서야 하지만

생애는 생각보다 방만하고 기억은 생각보다 섬세하며 해학은 생각보다 약효가 짧다.

씌어져서 흩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쓰고 또 쓸 것이다.

완벽한 상실을 감당하게 될 때까지 나는 아직 더 현명해져야 하나보다.

 

둥근 달이 떴다.

밤이 일찍 찾아오는 고향집에서 나는 가족들과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설거지를 했다.

내일은 강바람을 쐬고, 이야기를 나누고, 과일을 깎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혼자가 될 것이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꼭 잊어버리는 것들  (1) 2013.09.24
긴 연휴의 끝  (0) 2013.09.22
나의 쓸모  (1) 2013.09.16
윤상을 사랑하는 남자  (2) 2013.09.06
그런 날  (0) 201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