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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말보다 더 강한 건 언제나 행동

그러나 행동하기 위해 말이 앞서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을 때, 부유하는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느낄 때. 

말은 계획짜는 것을 돕고, 행동에 사명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른 아주 간단한 한 문장으로부터 책 한 권이 나올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떠올릴 때면 항상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첫 문장이 자동으로 소환된다. 

"꽃을 사야겠어"라고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한 문장 안에 무조건 심오한 내용을 담을 필요는 없다. 


다만 이 한 마디로부터 캐릭터에게서 가장 단순한 열망을, 

그리고 그 다음 무슨 행동을 할지에 대한 가장 확고한 대답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세계에 무엇이든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시작'이 단초다. 


가끔씩 해석에 시간이 꽤 드는 감정들이 똬리를 틀 때가 있다. 

그런 건 하나같이 "너무 많은" 느낌들이 서로 충돌할 때다. 해석의 고통을 느끼는 혼란스러운 시간이 엄습하지만 

그 느낌 안에는 "언젠가 해석될 수 있다"는 느낌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끝내 해석된다. 

텍스트화된 생각들은 그렇게 '내 것'이 돼 왔다. 


나는 늘 뿌리없는 감정들을 정성과 노력을 들여 얼마든지 분석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해답은 늘 우주 어딘가에 있다. 그걸 발견하려 노력하느냐가 결정적인 차이를 낳을 뿐. 

문턱에서 미끄러지고 미끄러질 때마다 조금씩 우주로부터 멀어진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쓰지 않은 글은 나에게 고통을 준다. 쓸 수 있는 것들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그것들은 영영 다시 쓰여지지 않을 것이고, 내 것이 될 수 없을 것이기에. 


태어난 것은 나의 몫이 아니었다. 성실이 나머지 삶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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