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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느날 도서관을 나서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번호표를 들고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어르신들이 점심 한 끼 무료로 먹기 위해 배식 시작 30분 전부터 길게 줄을 선다. (...) 10월2일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9월 30일에는 부산의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지 5년이 넘은 60대 할머니가 발견되었다. 할머니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옷을 아홉 겹이나 껴입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에를 안고 있다. 유엔인구기금이 발표한 노인복지지수는 91개국 중 남아프리카공화국(65위), 우크라이나(66위)보다 낮은 67위다. 특히 연금과 빈곤율 등을 반영한 노인소득지수가 90위로 세계 최하위다. (...)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의 나라다. (...)

 

부산 시내 주택에서 60대 여성이 백골 상태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2008년 8월부터 체납됐음을 알리는 독촉 고지서와 함께 발견돼 숨진 지 5년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집주인은 월세가 밀리자 몇 차례 찾아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 발길을 돌렸다. 1999년 전세로 입주한 김씨 월세방 10제곱미터(약 3.3평)의 보증금은 700만원, 월세는 10만원이었다.

 

 

 

이런 기사를 볼 때면 나는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다.

외로운 추위와 사투를 벌였을 그 삶에 압도당한다. 뭉클, 하게 곧 마음이 뜨거워지더라도 사소한 감상만을 늘어놓을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내 여전히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내 감수성에 감사한다. 

온갖 의식의 흐름 끝엔 한심함이 남는다. 나는 여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이상보다는 '사소함'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가 믿는 이 사소함이 얼마나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나야말로 합리화를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언젠가 내 자신이 지금 나의 나이브함을 코웃음칠 그 날이 올까봐 무섭다. 


내 값싼 분노, 내 값싼 연민과 눈물은 실상 누구에게 꽃이, 위로가 되어 전달될 수 있을까?

나는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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