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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특종에 대한 하 선배의 고언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자가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노출되거나 알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자 경험칙이다. 내부고발자 역시 그런 상황을 모를 리 없고, 만약 모른다면 (기자가) 특종 욕심을 내기 이전에 그런 상황을 충분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부고발자가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발을 하겠다'는 결의가 없으면 내부고발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결의는 기자의 설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개 사회 정의라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개인적인 분노에 의해 피해를 보더라도 이건 밝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신해철 씨 유가족, 박창진 사무장 등도 참다 참다 상대측의 어이없는 행태에 폭발해 언론을 찾는 경.. 더보기
꼰대왕(a.k.a.계몽군주)의 변명 미소를 띠고 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셀카를 올려놓고 짤막한 한 마디를 첨부한다. “하…. 눈물이 꼭 슬프다고 나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입을 틀어막고 심각한 표정으로 눈물이 그렁한 원숭이의 사진을 올려놓고 덧붙인다. “나란 몽키, 못난 몽키.” 인상을 쓰고 찍은 셀카를 올리며 쓴다. “너의 사랑에 숨이 막혀… 더 이상은 naver….”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위 ‘개그짤’들이다. 이 개그들이 저격하는 것은 자의식 과잉과 허세에 대한 ‘조롱’에서 오는 웃음이다. SNS가 소통 수단으로 보편화된 현대 대중사회에서는 개인들의 사담이 자발적으로 유통되고, 일상생활이나 내면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전시된다. 이 개그짤들은 이렇게 등장한 ‘허세 문화’에 대한 일침이자 ‘비틀기’다. 지난.. 더보기
김영하 전문가 실패기 *지난 학기 리포트. *장편을 모두 읽고 쓰려다 중간에 포기했다. 그렇게 김영하 전문가되기는 실패. 이케아 세대가 김영하를 소비하는 법 설문조사를 했다. 주변 지인 대여섯에게 ‘왜 김영하 소설이 섹시한 것 같으냐’고 물었다. 우선 대부분이 ‘김영하 소설이 섹시하다’는 전제에는 동의했다. 친구 S는 한참 생각하다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지질한 남성 캐릭터들이 전시하는 담배 찌든 내음의 지성(知性)이 김영하 소설에도 잘 구축돼 있다”라는 길고 어려운 대답을 했다. 미안하지만 동문서답이었다. A가 왜 B하냐는 물음에 C도 B한데 A가 C같아서라는 이상한 대답을 한 셈이었다. 후배 P는 S와 달리 망설이지 않고 “밤에 어울리는 작가다”라고 단박에 대답했다. 그리고 조금 모자랐다고 생각했는지 “좀 담담하게 무섭고.. 더보기
장마철 뉴스를 보는 자세 장마철이면 얼추 각사 방송의 뉴스 전개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보지 않아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매해 날씨 뉴스가 반복되는 이유는 비효율의 대가를 치르며 얻는 경각심 고조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통계치를 보면 여름 태풍의 이름이 위협적이지 않거나 예보가 전해에 비해 빈번하지 않은 경우, 실제 태풍의 규모와는 별개로 피해가 더 컸다고 한다. 아무리 예상 가능한 재난이라도 그것을 반복해서 각인하는 학습 유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융통성’이 사회생활의 문법처럼 사용되곤 한다. 원칙에 외곬으로 얽매이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융통성은 효율성에 기초한다. 적은 수고를 들여 큰 만족을 이끌어내는 효율의 원칙에 융통성이라는 덕목은 더없이 잘 어.. 더보기
'안철수'를 버려야 한다 선언은 달콤하다. 게다가 '새 것'이라니 더욱 달콤했다. 안철수라는 정치 신인이 '새정치'를 발음할 때 많은 이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지지부진한 정치판의 큰 변수가 된 안철수의 등장에 모두가 신경을 곧추 세웠다. 새정치는 곧 안철수 그 자신이었다.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 그리고 때마침 일었던 멘토 열풍이 맞닿아 '안철수'라는 세력을 형성했다. 몇 번의 완벽한 '내려놓음'으로 그는 그간 한국 정치사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으로 분했다. 이윽고 안철수는 국회의원직을 달면서 완벽한 제도권 정치로의 편입에 박차를 가했다. '새 것'의 아이콘으로서 안철수는 권력 의지라는 일상화된 현실 정치 문법과 필연적으로 맞닥뜨렸다. '기초공천제 폐지'는 이렇게 제도권으로 스며든 안철수를 가늠.. 더보기
비분강개의 윤리학 다들 참고 있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이 던진 한 물음에 많은 대학생들이 울컥했다. 격렬한 고발이 열거되었던 기존의 자보와는 달랐다. 이상하게 느껴지면서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에 대한 호소가 짙었다. 청년들은 아팠나보다. 스스로의 이상함을 처음 시인한 학생의 솔직함에 하나 둘 씩 마음 속에 뭉쳐 있었던 것들이 삐져나왔다. 생활전선의 최첨단에서 기를 쓰고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취업이다. 명문대 지방대 가릴 것 없이 취업 재수생들이 해마다 늘어난다. 지방대의 졸업 유예 비율이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학적을 걸쳐놓고 있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다. 이러한 만성적 취업난 속, '을'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은 점점 무뎌져가고, 또 무뎌져야 함을 느낀다. 바로 생존을 위.. 더보기
사생활과 존엄함 " 도덕적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은 이런 유리벽 속의 삶을 긍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옹호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프라이버시가 부유층만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프라이버시 보호의 강화에서 생길 이익이 주로 권력자와 부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이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는 기술적으로만이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투명한 사회'라고 해도 모든 것이 투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투명해지는 것은 권력자나 부자들을 빼놓은 일반 시민들의 사생활일 것이다. 정보화 시대는 궁극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소멸하는 시대를 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법률적 장치로도 기술의 발달이 잠식하고 있는 사적 공간을 다시 넓히기는 힘들 .. 더보기
하수구 저널리즘의 부메랑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자본의 얼굴 꽤 오랫동안 음침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던 B교회가 아직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모양이다. 올초였던가. 교회 울타리에 철조망이 쳐진 것을 보았다. 정문엔 컨테이너가 설치돼 그 속에서 용역 직원으로 보이는 몇몇이 삼엄하게 보초를 서기도 했다. 아무리 요즘와서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전유됐다고는 하나 그래도 '교회'라는 건물이 최소한으로 가지는 이미지라는 게 있다. 이 교회는 아무래도 좀 심했다. 모텔촌 한 가운데 있는 교회라는 것도 이질적인 풍경이었지만 철조망이라니, 용역이라니? 생각보다 '막 가는' 그 교회의 풍경이 어두운 한 장면으로 내 등굣길을 어딘가 늘 찜찜하게 하곤 했다. 몇 번의 큰 충돌과 힘 겨루기 끝에 철조망도 내려가고 컨테이너 박스도 치워졌다. 잠잠하다 싶었는데 오늘 아침 또 한바탕 난리가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