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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월

10주가 끝났다. 짧은 시간이었다. 얘깃거리도, 읽을거리도, 볼거리도 많았다. 앞으로도 더 많다. 선배가 잔뜩 안겨주신 글들을 읽어야 한다. 매력적인 사람들 틈에서 지겨울 겨를이 없었다. 문사로도 사색했고 생활인으로도 고민했다. 마지막에는 기운이 빠져서, 다시 어떻게 이 시간들을 감당해내나 0.0001초간 고민도 했지만 눈이 번쩍 뜨인 3월의 아침은 생각보다 싱그러웠다. 


동시대성을 어떻게 통찰해내냐는 나의 물음에 B선배는 잠깐 내 눈을 들여다보더니 말씀하셨다. "놓치지만 않으면 돼"

참신한 외곽적 시선들을 보물처럼 그러모았다. 해 뜨기 전 출근하면서 아침이 그렇게 출출한 시간이라는 것도 간만에 깨달았다. 세븐 일레븐 편의점 알바는 매일 새벽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며 편의점을 들르는 나를 볼 때마다 카운터에 신문을 올려놓았다. 절반씩의 내 사수였던 P선배와 K선배가 서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은 주책맞게 뿌듯했다. 똑똑한 사람들 밑에서 배우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이야 몰랐다. 신랑감에 대한 새로운 모델들도 속속들이 업데이트했다.


 "야 너는 왜 조만간 볼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드냐?" B선배가 막걸리를 들이키곤 예의 퉁명스럽지만 장난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도무지 나이가 들지 않던 선배들 사이에서 농담도 새로 배웠고 추억할 시간들도 가득 쌓였다. 나는 이 모양이다. 결국 남는 건 사람들이 가장 크다. 


돌려주지 못한 책이 한 권 있는데. 오늘 모조리 읽어버리고, J선배가 속히 밥 사줄 시간을 내셨으면 좋겠다. 

피부에 착착 감기는 3월의 바람에 기분이 썩 좋다. 오늘은 긴 산책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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