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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4시간이 모자라

라고 하면 좀 오바겠지만 하루의 목표 달성치가 크게 자아과신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집에 신문이 쌓여가는 속도를 보면 확실하게 가늠 가능하다. 지금까지 못자고 있는데 내일 1.5교시는 무사히 갔으면 좋겠다. 

몇 주 전에 신문에 관해서는 나는 활자중독증이라고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적어도 그 말은 사실일 만큼 예전보다 신문 읽기가 더 꼼꼼해졌다. 할애하는 시간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예전부터 이 시간을 퍽 고대하고 기다려왔다. 예상이 맞았다. 늘 부담감으로 짓눌려있기야 하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일단은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오늘은 연체료 300원을 결제하고 책을 두 권 빌렸다. 연체료엔 이자가 붙지 않아서 다행이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질식할 것 같았는데 예전부터 손꼽아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추려 빌렸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여전히 두 책 모두 한 글자도 읽지 못했다. 

저녁을 먹으며 읽으려 챙겼는데 후배를 우연히 만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수다를 떨었다. 

토익과 한국사 때문에 휴학하려던 후배를 준엄하게 꾸짖는 선배 코스프레도 간만에 했다. 

10주간 교보를 들락거리며 산 책도 네 권. 친구에게 빌린 책 한 권. 선배에게 빌린 책 한 권. 선배가 추천해 준 책 두 권. 선배가 선물해준 책 한 권. 집에 널린 게 책인데 이렇게 또 빌렸다. 누가 "남자는 처음 본 여자가 이상형"이라던데 나는 "집에 없는 책"이 이상형인가보다. 이렇다보니 우선순위를 짜는 것도 퍽 고역이다. 


밥 복은 터졌다. 공부하는 동안 굶을 일은 없게 생겼다. 오늘도 간만에 연락이 된 한 선배가 밥 못 사준 것이 마음에 걸리니 사주겠다며 약속을 잡았다. 밥 사주겠다고 확약한 선배가 이로써 6명. 난 뻔치가 좋은 걸까 그 사람들이 좋은 걸까. 예전과는 썩! 다르게 먼저 말 붙이고 아는 척 하는 경우가 다분한데도 괜히 친한 척한다는 스스로의 작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한 들이댈 수 있는 내 능력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벌써 네시다. 다섯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겠다는 자신과의 언약은 이렇게 산산조각났다. 

수업은 들어갈 것이다. 왜냐면 재밌으니까. 

내일도 즐겁게 공부해야지. 시간이 남으면 과제할 책을 빌리러 구내에 있는 도서관을 찾아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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