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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활자 중독증에 대한 소망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활자에 눈이 맺혀 무슨 글이든 마침표까지 읽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을 가진 사람들. 
처음 이런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부러움을 느꼈다. 그들은 질병의 형태로라도 활자를 보고 누릴 수 있는 기쁨을 강제적으로나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바닥 가득 쌓인 신문들을 보고 있자니 유독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슬슬 넘겨서 보면 가슴 뛰고 흥미를 잡아끄는 제목들이 많은데 막상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읽으려 들면 못내 힘이 겹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즐거움마저 억누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좋은 글을 보고 느끼는 위축도 이 연장선인 것 같다. 뭐랄까 이제는 멋지고 훌륭한 글을 보면 감탄은 잠시, 이걸 어떻게 썼을까 하는 고민이 자동 실시되면서 그 글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작가의 첫 기분에 이입해버리게 된다. 참 인생 피곤하게 사는 전사(轉寫)형 인간인거다. 이런 습관에는 신문사에서 밤 지새워 빨간펜으로 남의 문장을 고쳐댔던 1년간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생각도 든다. 모든 글을 읽기 전에 한숨부터 쉬는 버릇이랄까..?

하지만 그렇게 결심하고 어렵게 읽은 글들은 생각보다 뇌리에 꽤 깊게 박힌다. 글을 읽었을 때의 심정과 기분이 그대로 재현되면서 강력한 '인상'으로 두고두고 생각난다. 뭐 그렇다고 암기 천재형처럼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문장을 기억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읽었던 기억이 꽤 오래전이다. 시계를 앞에 놓고 읽게 되는 야박한 세상이 서글프구나! 
올해 생일은 한참 멀었지만 받을 수만 있다면 '활자중독증'이란 선물을 받고 싶다는 강력한 소망을 피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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