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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특종에 대한 하 선배의 고언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자가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노출되거나 알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자 경험칙이다. 내부고발자 역시 그런 상황을 모를 리 없고, 만약 모른다면 (기자가) 특종 욕심을 내기 이전에 그런 상황을 충분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부고발자가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발을 하겠다'는 결의가 없으면 내부고발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결의는 기자의 설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개 사회 정의라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개인적인 분노에 의해 피해를 보더라도 이건 밝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신해철 씨 유가족, 박창진 사무장 등도 참다 참다 상대측의 어이없는 행태에 폭발해 언론을 찾는 경우였다."

"평소에 신뢰관계를 쌓아둬야 내부고발자가 결의를 했을 때, 해당 기자를 찾게 되는 측면이 있다. 신뢰관계는 기자가 특종 욕심을 온전히 버리고 관계를 쌓을 때 가능하다. 내부고발자는 '기자나 언론에 이용당하는 것 아닌가?' '이 사람은 특종 욕심에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기자가 마음 한구석에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들킬 수밖에 없다.

"고발 내용을 입수하더라도 그가 원치 않을 경우 특종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기자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 자기기만이자 오만일 뿐이고 다만 내부고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서로 충분히 인지, 또는 고지 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내부고발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사실 좀 위태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게 고발자의 입장과 시선에 공감하고 동화(?)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게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자 본연의 역할과는 살짝 동떨어질 수 있는데 너무 동화되어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고발자의 입장과 시선에 공감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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