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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짜증나는 호르몬

이제는 알 수 있다. 

이유 없이 의욕이 저하되거나 뭔가 짜증이 나고 좀이 쑤실 때, 도무지 그 이유를 찾고 싶은데 뭔지 감도 안잡힐 때, 그건 호르몬의 영향이다. 불효녀인 나는 이런 시즌이 오면 그제야 엄마에게 전화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현자와 같은 음성으로 1. 별 것 아니며 2. 호르몬 때문이다 3. 생리하니? 를 묻곤 했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엄마의 무신경한 그 대응이 더 서운하고 답답했는데 세월이 쌓인 지금 돌아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인간의 구조는 복잡하면서도 참 단순하다. 그래서 지금의 이 기분 역시 무엇인가 나의 식생이나 기온 및 전자파 등등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촉발된 호르몬의 작용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다행히도 나에게 이런 시즌은 그렇게 길게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가끔 몇명에게 조용히 징징대다가) 대개 혼자 꿍 대다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 

이럴 때 단 것을 과다섭취할 위험성이 있는데 이 자제력이 중요하다. 이 자제력이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제력이 좀 커진 모양인지 최근에는 단 것이 끌린다기보다 등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폐 속을 구석구석 정화시킬 기세의 상쾌한 바람을 깊게 들이마시고 싶다. 2년 전 답사갔을 때의 영주 피톤치드 숲길이 아른아른. 부석사도 좋았다. 유서 깊은 양반의 기운이 감도는 그 동네가 아직까지 마음에 든다. 조만간 영주에 다시 가야지!! 뜬금없지만 산책을 좋아하고, 편지쓰기를 좋아하는 손가락이 예쁜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여기까지 오니 기분이 괜찮아졌다. 역시 나는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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