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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욕심

고약한 버릇이 있다. 청소를 하면서 느꼈다. 나는 읽지 않은 글자가 적힌 것을 잘 못 버린다. 

활자중독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신문의 경우 그렇다.

오랜만에 대청소를 한번 하려고 했지만 채 읽지 못하고 쌓여있는 신문 3여종을 차마 다 버리지 못하겠다. 

이사갈 때가 문제다. 이래서 집을 옮길 수나 있을까. 집 옮기기 전에 하루 날 잡고 가득 쌓여있는 신문이나 종일 읽고 싶다. 

활자와 활자 사이, 행과 행 사이 들어있는 모든 의미를 읽어 삼키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방 구석 가득 쌓인 신문들을 모두 분해해 1면 편집이 훌륭한 면, 볼 만한 칼럼이 실린 면, 좋은 테마 책면, 인터뷰가 훌륭한 지면별로 분류를 해서 정리하고 싶.... 그만하자. (이것이야말로 '편집증'?)


오늘은 계동에 사는 친구 Y를 오랜만에 보았다. 오전엔 필기고사를 하나 치르고, 휘적휘적 비원 담벼락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볕 좋은 카페에서 라떼를 홀짝이며 음악을 들었다. 네이버 뮤직을 눌렀다. 순위권을 싹쓸이한 무도 가요제 음원. 나는 하우두유둘 노래가 왠지 처연하더라. 아무리 무도 음원이라도 유희열 특유의 청승이 실려있나보다. 


Y도 자처해서 어려운 길을 가는 친구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가 다행히 이번에 온 모양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제각기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면 나도 바짝 다시 긴장하게 되고, 은근히 힘도 난다. 우리 다 연말에 좋은 소식 들고 만나서 파티하자는 응원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고민이 깊다. 그렇지만 필요한 고민이다. 모쪼록 마지막까지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때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숙고, 또 숙고하는 나날들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강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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