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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는 괜찮다

다음주부터는 다른 시험도 많아, 추스릴 시간이 그렇게 많진 않다.

스케줄러를 펴들고 세어보니 6주였다. 긴 시간 내 마음을 졸였던 M사 채용이 막을 내렸다. 처음에 2500명이 지원했다는 소식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시험을 봤다. 그리고 필기합격, 실무합격, 최종 진출까지. 갑자기 시간이 빨리 흘렀다. 필기 이후부터는 정말 열심히 했다. 논문 심사에 중간고사까지 겹쳐 애를 먹었지만 어찌어찌 내가 생각한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이었겠지만 나는 그 기간 동안 내내 설레면서도 치열했고, 바쁘면서도 행복했다. 고민이 많았다.

 

많은 이들의 꿈, 그리고 누군가에겐 잃어버리기도 한 꿈, 또 누군가에게는 영원하기도 한 꿈을 모은 '뜨거운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대하고 결코 하나의 이벤트로만 치부하지 않겠다고 매분, 매초 다짐했다.

 

간절한 마음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나는 두 번의 면접에서 절대 떨지 않았다. 실무진, 간부진으로부터 감사한 칭찬도 속속 들었다.

그런데 최종 발표를 기다리는 그제는 갑자기 참 많이 떨렸다. 고향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터미널에서 수능 풍경을 전하는 뉴스를 보며 음악을 들었다. 2008년 방송됐던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의 ost 앨범. 음악이 시작되자 초조하기만 했던 마음이 탁, 풀리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마음 먹었던 그 예전 꼬마 시절의 나날들부터 지금까지가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서울대 마크 대신 손예진 사진을 걸어놓고 입시를 준비했던 수험생 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최근에 도전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이제 '꿈'이란 것에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갑자기 새삼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내내 눈물이 났다. 힘들었던 올초, 꿈 하나만 믿고 차곡차곡 하루하루를 이어왔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어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가만히 있어도 선명하게 면접 때의 기억이 복기된다. 앞으로도 종종 울컥하겠지만 나는 그래도 괜찮다. 버스를 타고 오며 느꼈던 그 강렬한 기억들이 앞으로 나를 더 지탱해 줄 것이다. 다시 힘내기로 했다. 나는 이제 정말 좋은 기자가 되고 싶어졌다.

나보다 더 간절하게 기도했던 엄마는 한동안 나를 꼭 안아주고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직장으로 출근했다. 나도 이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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