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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스케줄러를 샀다

생일이 다가오면 늘 스케줄러를 장만하는 일을 서둘렀다. 이번에도 창 밖에 눈이 오는 걸 보면서 광화문에 간 김에 서점에 들렀다.

스케줄러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라 서점을 몇바퀴 돌았다. 월간 달력은 주간면이랑 따로 분리돼 있어야 하고, 주간 칸은 넉넉하되 따로 뒤에는 메모할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한다. 한참을 고민하고, 몇 개를 들었다놨다가 결국 2012년과 2013년에 신문사에서 받아 썼던 것과 같은 스케줄러를 샀다. 크기는 조금 작은 걸로. 색깔은 따뜻한 걸로.


스케줄러를 사서 처음 펼칠 때 행복하다. 계획에 가장 많이 할애하는 사람으로서. 

표지색과 어울리는 네이비색 펜을 들고, 첫 장을 펴고, 좋아하는 선배가 페이스북에 올려둔 글귀를 옮겨 적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이다"로 시작하는 릴케의 구절. 


추운 겨울일수록 사람들의 따뜻함에 반하는 것 같다.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날로 다가오면서 슬슬 미소를 띠며, 흐뭇한 풍경들을 복기해본다. 상냥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행복했다. 이제 나의 해가 온다. 2014년. 더 따뜻한 사람, 더 큰 사람, 더 배려하는 사람,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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