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나의 쓸모 요조의 새 앨범. 직설적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번 앨범만큼은 틈틈이 듣고 있다. 어젯밤 꿈에는 친구 L이 나왔다. 아직까지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류이치 사카모토 피아노 앨범을 처음으로 추천해준 친구인데 잊을 만하면 연락이 와서 꿈에 내가 나왔다고 하곤 했다. 꿈에 네가 나왔어, 라며 내가 연락할 차례인가. 바람이 멈춘 태평양처럼 잔잔하다. 햇살이 내리쬐는 교정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톰한 신문을 손에 들고 천천히 걸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낯익은 얼굴들 몇몇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건조한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더보기
하수구 저널리즘의 부메랑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윤상을 사랑하는 남자 개강 전의 마지막 화려한 휴가를 보내고 어느덧 학기도 일주일차로 접어들었다. 육체적으로 지치는 하루하루지만 그래도 요즘은 나름 한껏 정신적으로 고양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소에 늘 읽고 싶었던 니체도 원없이 읽을 수 있고 새롭게 알게 된 좋은 사람들도 생겼고 수업들도 죄다 재밌는데다가무엇보다 바로바로.... 가을이다. 나는 가을의 광팬이다. 순전히 가을에 관한 노래가 많다는 이유로 어떤 재즈 앨범을 구매하기도 했다. 곤충에 썩 관대하지 않은 편이지만 가을 곤충의 대명사 잠자리는 꽤 귀엽게도 느껴진다.(게다가 최근 알게된 사실인데 심지어 잠자리의 주식이 모기라고 한다. 이런 유용한 곤충이라니!) 가만히만 있어도 절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을 머금게 하는 가을 공기를 사랑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더보기
그런 날 한바탕 욕지기를 퍼붓고 싶을 때가 있다. 행복론을 설파하던 그저께가 무색하게도.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생체시계가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났다. 커피도 나름 끊어보려했으나 떨어지지 않는 두통탓에 카페인을 또 쏟아부었다. 커피 탓만은 아니겠지. 낮밤이 제대로 얼른 돌아와야하는데. 선선해지나 싶었는데 집에선 어김없이 덥다. 짜증나서 전력난이고 전기세고 뭐고 에어컨을 빵빵 틀었다. 중도 방역이 끝났는지 득달같이 도서반납일을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다. 니체책 몽땅 반납하고 지젝책은 연장해야겠다. 이제 개강까지 일주일 남았다. 스터디도 충원해야하고 자소서도 써야하고 졸업논문도 이제는 정말 써야하는구나. 갑갑한 마음을 잠시 유예하고 주말에는 친구와 등산을 가기로 했다. 심호흡하고 힘내야겠다. 그래도 이제 앞머리가 얼추 .. 더보기
사소한 행복론 날씨가 선선해졌다. 엊저녁엔 나의 열렬한 독자이자,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한 동네 친구랑 밤중 산책을 나섰다. 갈수록 높아지는 범죄율 얘기를 하면서 둘다 바짝 긴장해 있으면서도 기분 좋게 밤길을 걸었다. 행복에 대해 짤막한 대화를 나누었다. 돌아봐도 나는 함께하는 '사람'에 행복의 지분을 의탁하는 면이 크다. 집에 틀어박혀 책 읽고 신문 읽고 미드 보며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고 하기는 하나 역시 아무래도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 함께 있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서서히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재밌다.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그 사람의 아름다움이나 선함을 발견하게 될 때면 흐뭇하고 마음이 꽉 차 오른다. 좋은 사람들을 더 만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시간이 많아서인지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 더보기
색채 없는 열풍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저자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출판사민음사 | 2013-07-01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돌아가야 할 곳에 돌아가기 위해,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내기 위... 빌려읽다. 왠지 사고 싶지 않았고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산뜻한 봄비 느낌의 책. 으레 등장할 것 같은 하루키식의 양념들이 역시나 종합적으로 구성된 하루키 개론서.다만 색채가 없다는 주인공의 특성탓인지 쓰쿠루는 하루키 소설 등장인물 치고는 덜 화려하게 표현됐다. 방대한 하루키식 키치가 약해 보는 재미는 좀 덜했다. 읽다보니 쓰쿠루는 그럭저럭 내 스타일이었다. 색채가 없어도 매력적이다. 통렬한 실패의 시간을 딛고 적당히 자기를 비관할 줄 알면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래도 사랑하는 여자가 36세나 되어야 생.. 더보기
자본의 얼굴 꽤 오랫동안 음침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던 B교회가 아직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모양이다. 올초였던가. 교회 울타리에 철조망이 쳐진 것을 보았다. 정문엔 컨테이너가 설치돼 그 속에서 용역 직원으로 보이는 몇몇이 삼엄하게 보초를 서기도 했다. 아무리 요즘와서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전유됐다고는 하나 그래도 '교회'라는 건물이 최소한으로 가지는 이미지라는 게 있다. 이 교회는 아무래도 좀 심했다. 모텔촌 한 가운데 있는 교회라는 것도 이질적인 풍경이었지만 철조망이라니, 용역이라니? 생각보다 '막 가는' 그 교회의 풍경이 어두운 한 장면으로 내 등굣길을 어딘가 늘 찜찜하게 하곤 했다. 몇 번의 큰 충돌과 힘 겨루기 끝에 철조망도 내려가고 컨테이너 박스도 치워졌다. 잠잠하다 싶었는데 오늘 아침 또 한바탕 난리가 있.. 더보기
어떤 조사(弔詞) 최신 기기 사용계 얼리 어답터류의 중간층을 담당하고 있는 나에게 올해 초는 기억될 만한 시기다. 드디어 오랜 '나에게 보내기' 메일 사용 지상주의를 탈피해 USB를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생애 첫 USB 구매를 앞두고 내 전화를 받았던 한 공대 친구는 한심하다는 목소리로 어디 가면 다 공짜로 주는 건데 너 지금 뭐하는 거냐는 심드렁한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엄지손가락 만한 빨간색 USB가 내 손 안으로 들어온 순간 최첨단 주류 사회에 진입한 듯한 쾌감을 막을 수는 없었다. USB에 대한 신뢰는 각별했다. 깜찍하게 생긴 이 작은 부속품이 내 동선의 상당 부분에 효율성을 더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특했다. USB는 현대 대학생의 가장 큰 고민이라 할 수 있는 과제물 인쇄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일분 일초가 .. 더보기
실패의 기억 폭스파이어Foxfire 8감독로랑 캉테출연미셸 놀덴, 알리 리버트, 타마라 호프, 카티 코스니, 조리스 자스키정보드라마 | 프랑스, 캐나다| 143 분| -상암 CGV. 무비꼴라쥬 시네마토크. 미국판 라 하기엔 과소하고, 프로파간다 영화라 하기엔 과도하다. 1955년 미국, "모두가 행복만을 말할 때" 혁명의 계보를 잇기로 자처하고 나선 소녀 갱단의 이야기다.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이동진 평론가가 여러번 언급했던 것처럼 주제의식에서 감독의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성장영화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시대적, 정치적 단초에서 출발한 영화였고 또 그렇다고 해서 정치색 강한 편향적인 영화로 보기엔 소녀들의 실패가 두드러졌다. 이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실패는 두 가지 혹은 세 가지다... 더보기
냉장고에 대한 문명사적 비판 유자차에 된통 당한 후 냉장고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을 차에 경향신문에서 강신주 박사의 한 칼럼을 발견했다. 나 못지 않게 냉장고에 엄청난 개탄을 쏟아붓고 있는 글이라 재미있었다. 옮겨본다. 축적에 대한 욕구, 잘못된 경제 관념의 민낯,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걸 망각하게 되는 몹쓸 기억력을 일깨우는 장치..... 강신주 박사에게 냉장고가 자본주의 생활 양식의 타성이라면 나에게는 자아 성찰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 냉장고(철학자 강신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7212131165&code=990100 +) 이에 대한 또다른 경향 기명 칼럼니스트의 칼럼 삶의 연속성과 언어의 불연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