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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투의 기억, 행복의 기억 뜬금없게도 그런 날이었다. 그간 신문사에서 써왔던 기사들을 죽 훑어보았다. 2년 반, 이라고 하면 다들 놀랐다. 적지 않은 시간인 것은 나도 잘 알았지만 퇴임 후 시간이 원체 쏜살같이 흘렀나보다. 지나고 나면 할 만했던 기억이라던 선배들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참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힘든 만큼 할 만했고 어려웠던 만큼 행복했던 기억이었다. 한 학기를 버티게 해 주는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세미나 여행의 그 짧은 기간에 모조리 생겨났다는 것도 참 신기했다. 2박 3일이면 2박 3일동안, 1박 2일이면 더 컴팩트하게 말도 안되게 포복절도 했던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같이 동고동락했던 몇몇 선배들이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언제.. 더보기
어느날 도서관을 나서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번호표를 들고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어르신들이 점심 한 끼 무료로 먹기 위해 배식 시작 30분 전부터 길게 줄을 선다. (...) 10월2일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9월 30일에는 부산의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지 5년이 넘은 60대 할머니가 발견되었다. 할머니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옷을 아홉 겹이나 껴입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에를 안고 있다. 유엔인구기금이 발표한 노인복지지수는 91개국 중 남아프리카공화국(65위), 우크라이나(66위)보다 낮은 67위다. 특히 연금과 빈곤율 등을 반영한 노인소득지수가 90위로 세계 최하위다. (...)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의 나라다.. 더보기
스펙타클한 한 주 폭풍같은 고민에 휩싸여 하얀 밤을 새우기 부지기수였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다 쏟아부었다. 그 사이 시험 하나, 논문 심사 하나, 실무 면접 하나가 지나갔다. 한번 먹었던 평정심이 흔들리지 않게 유독 주의를 기울였다. 비단 하나의 이벤트로만 전락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이 제법 효과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했다. 이 일을 위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도 남았을, 또 나만큼이나 고민하며 밤을 새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떠올렸다. 힘들었고 지쳤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부지런히 살아온 일주일이라 감히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시험은 어찌됐든 치렀고, 논문은 통과됐고, 면접도 끝났다. 오늘은 긴긴 샤워를 하고 나서 시원한 맥주를 마셔야지. 더보기
첫인상이 중요해요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대단한 계획이나 전략을 가지고 뭘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순간순간 쏜살같이 날아가버리는 시간이 층층이 쌓여 어느새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을 형성하고 만다. 비교적 균질적인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그 나름의 생활 조건의 범위 안에서 불현듯 어떤 특정한 것에 이끌리고, 그것으로부터 마침내 소위 '다원주의' 사회를 이루는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개성들로 발전해왔다는 사실은 퍽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개성의 완고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곧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는 듯 생각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자소서를 몇 차례 쓰는데도 아직도 자소서가 제일 어렵다. 차라리 친구 자소서를 대신 쓰라면 쉽겠다. 자신에 대한 기만일까, 타인에 .. 더보기
니체에 관한 몇 가지 문장들 2 백승영 p344 힘 싸움에서 의지가 느끼는 쾌감은 의지의 만족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달된 힘 상태에 대한 불만족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의지는 언제나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이다. 복종하는 의지의 불쾌감도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지쳐버려 느끼는 불쾌감과는 다르다. 이것은 '저항에의 무능력' 외의 다른 것이 아닐 것이다. 힘 싸움에서 느끼는 의지의 불쾌감에는 오히려 저항하는 것의 도발이 속한다. 불쾌감은 이렇듯 "힘을 강화하는 자극제"로 작용한다. 이렇듯 고통이나 불쾌는 힘 싸움에서는 그 과정의 본질적인 요소로서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스스로를 지속적인 과정으로 드러내는 힘에의 의지는 창조적이기에 고통 받는 파토스다. 이진우 p149행복을 발명했다고 생각하며 눈을 깜박거리는 마지막 인간이 보.. 더보기
사생활과 존엄함 " 도덕적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은 이런 유리벽 속의 삶을 긍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옹호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프라이버시가 부유층만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프라이버시 보호의 강화에서 생길 이익이 주로 권력자와 부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이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는 기술적으로만이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투명한 사회'라고 해도 모든 것이 투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투명해지는 것은 권력자나 부자들을 빼놓은 일반 시민들의 사생활일 것이다. 정보화 시대는 궁극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소멸하는 시대를 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법률적 장치로도 기술의 발달이 잠식하고 있는 사적 공간을 다시 넓히기는 힘들 .. 더보기
[대학신문 2011년 10월10일자]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이유 논문을 쓰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본 내 기사. 국감 모니터랑 동시에 한다고 애먹었는데 다시 읽어봐도 잘 썼다.(ㅋㅋ) 그때 수십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좀체 되지 않던 이명희 교수가 최근 jtbc 뉴스9 패널로 나오셨더군. 글이 많아서 레이아웃이 빡빡했던 기억이 난다. 소제목 자간이 이상하게 좁았었지. 생각난 김에 신문사에서 제본을 들고와야겠다.무려 2년 전이다. --------------- 때 아닌 이념 논쟁이 뜨겁다. 지난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 개념을 ‘자유민주주의’로 변경해 고시했다. 이에 역사과 교육과정을 검토, 심의하는 ‘역사 교육과정 개발 추진위원회’(역추위) 소속 위원 20명 중 9명이 사퇴하며 자유민주주.. 더보기
꼭 잊어버리는 것들 1. 충전기 챙겨다니기2. 엄마한테 먼저 전화하기3. 아침에 유산균, 철분제 챙겨먹기 외로운 사람들이나 외롭지 않은 사람들 모두 만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의 양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은 그 관계의 질. 관계들에서 충분한 내밀함과 친밀함을 느끼지 않을 때 사람들은 줄곧 외로움을 느낀다. 상습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관계 맺음 방식을 돌아볼 일이다. 라는 구절을 트위터에서 발견. 현명하고 지당한 말이지고. 하고 싶은 것.1. 이승우, 이기호 소설, 권보드래 교수 책 두 권 읽고 싶다. 2. 밀란 쿤데라 하드커버 시리즈 구매 ㅠㅠ.. 예뻐.. ㅠㅠ 3. 등산. 4. 한얼언니랑 유럽여행 다시 가기. 논문이나 쓰자. 더보기
긴 연휴의 끝 동생은 좀 더 자라있었다. 언제 말이나 제대로 할까 했던 꼬마가 이제 제법 대화도 하고 본인 의사표현도 분명히 한다. 키도 컸다. 기분 탓인지 누나에 대한 애정도도 한층 높아진 것 같다. 여전히 무더운 산책로에서 새끼 손가락 하나 걸고 나란히 걸으면서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가족사에 길이 남을 대규모 가족 동원 관람 이벤트를 마치고 난 이후였던지 내 관상에 대해 계속 종알종알 떠들었다. 누나는 눈이 너무 커서 이상해, 누나는 턱이 뾰족해서 이상해왼통 내 얼굴의 이상함에 대해 늘어놓던 동생은 곧 내가 떠나고 난 후 자기에게 여전히 남아있을 휴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골몰하기 시작했다. "내일은 뭐하지?" 꽤나 골똘하게 저에게 허용된 긴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모습이 웃겼다. 어린애 하나가 .. 더보기
달을 보다 우리는 슬픔에 대해서 얼마나, 어디까지 애도할 수 있고 애도해야 하는 것일까? 마음 속에 차려진 작은 납골함을 부숴 흔적조차 없게 만들 때까지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슬픔의 몫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나. 생의 의무라는 큰 빚을 지고 있는 우리는, 분연히 눈물을 훔치고 똑바로 일어서야 하지만 생애는 생각보다 방만하고 기억은 생각보다 섬세하며 해학은 생각보다 약효가 짧다. 씌어져서 흩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쓰고 또 쓸 것이다. 완벽한 상실을 감당하게 될 때까지 나는 아직 더 현명해져야 하나보다. 둥근 달이 떴다. 밤이 일찍 찾아오는 고향집에서 나는 가족들과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설거지를 했다. 내일은 강바람을 쐬고, 이야기를 나누고, 과일을 깎고, 이야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