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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거리의 정치와 포퓰리즘의 진실/김남국 *포퓰리즘을 '선동'으로 몰아가는 문법의 이면에 대한 칼럼*포퓰리즘은 축복일수도 있다. 또는 대중과 유리된 정치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포퓰리즘이 제도권 밖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는 재밌는 책점. 그렇다면 여기서 '기존의 정치엘리트'라고 지칭하는 것은 결국.... 대중영합주의로 번역되는 ‘포퓰리즘’은 자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이 말은 절차와 제도를 무시하고 군중을 선동하면서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움직임을 가리킬 때 주로 쓰여 왔다. 요즘처럼 거리에 시민들이 모여들고 웅성거리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포퓰리즘의 위험을 경고하는 말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포퓰리즘은 정말 나쁜 것일까?사실 대의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은 역사 속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해왔다. 포퓰리즘이 등장하는 시기는 선출.. 더보기
꼰대왕(a.k.a.계몽군주)의 변명 미소를 띠고 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셀카를 올려놓고 짤막한 한 마디를 첨부한다. “하…. 눈물이 꼭 슬프다고 나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입을 틀어막고 심각한 표정으로 눈물이 그렁한 원숭이의 사진을 올려놓고 덧붙인다. “나란 몽키, 못난 몽키.” 인상을 쓰고 찍은 셀카를 올리며 쓴다. “너의 사랑에 숨이 막혀… 더 이상은 naver….”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위 ‘개그짤’들이다. 이 개그들이 저격하는 것은 자의식 과잉과 허세에 대한 ‘조롱’에서 오는 웃음이다. SNS가 소통 수단으로 보편화된 현대 대중사회에서는 개인들의 사담이 자발적으로 유통되고, 일상생활이나 내면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전시된다. 이 개그짤들은 이렇게 등장한 ‘허세 문화’에 대한 일침이자 ‘비틀기’다. 지난.. 더보기
'우리 모두 병신'이라는 에티카 일베의 사상-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생(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3)저자박가분 지음출판사오월의봄. | 2013-10-30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김치녀’ ‘홍어’ ‘보슬아치’ ‘좌빨좀비’ ‘노알라’ ‘민주화... 일베의 무수한 게시글을 관통하는 강령은 이것이다. "우스운 인간은 우스운 인간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속되게 이르면 "너와 나는 모두 병신이다."는 구호다. 자학과 모멸을 바탕으로 한 '병신의 연대'는 생각보다 끈끈하다. 그들 사이엔 내규가 있다. 존댓말을 사용하는 유저들을 '씹선비'라 비판하고 여성임을 인증하는 유저들을 강퇴하며 "물 흐리지 말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조롱, 비하, 멸시로 얽혀있는 그들의 유대를 저해하려는 세력은 가차없이 배척당한다. 일베충은 이미 한국 사회의 부정적 낙인으로 보편.. 더보기
소름 돋는 글 글을 찾아 강박적으로 읽으려는 습관이 있다보니 좋은 글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내용에 필요한 논문을 찾다가 지방대 국어국문학과 강사가 쓴 논문을 뽑아 읽었는데 논지는 물론이고 문장이나 표현, 구성이 좋아서 마구마구 밑줄과 각주를 끄적거리며 읽었다. 패기있고 냉철한 결론부 문장의 마침표까지 따라 읽을 때면 이래서 사람이 평생 공부를 할 수 있는 거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말 그대로 팔에 소름이 쫙 돋는다. 열심히 추천을 받거나 조사를 해서 좋은 글을 쌓아두고 읽고 있으니 내 팔엔 소름이 자주 돋는다. 기분 좋은 자극이다. 자기가 소속된 분야에 축적된 논문이 재미있어야 해당 분야의 공부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학교로 들어오는 버스에서 뒷좌석에 앉은 저학.. 더보기
취향의 시대 USB를 새로 구입한 기념으로 D드라이브를 정리했다. 음악 파일을 하나로 묶어 폴더로 정리하고, 보기 좋게 이름을 바꿔 정렬하고. 사진과 영화도 차곡차곡 쌓았다. 애써 모았던 음원들의 목록을 확인했다. 대개가 2~4년 정도 지난 것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디즈니 앨범들과 우리나라에서는 로 번역됐던 일본 애니메이션 의 OST 앨범도 있다. 내가 최초로 접한 만화책이자 최후로 접한 만화책이기도한데 애니메이션 버전을 나는 더 좋아했다. 그 특유의 울적한 톤과 잠잠한 분위기가 뇌리에 박혔다. 지금도 나는 이 애니메이션이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15세 중학생 감성을 가장 잘 담은 순정 만화라 생각한다. 습하고 구름이 어두운 여름을 떠올리는 남자 주인공의 테마를 특히 좋아했다. 곡을 연주하겠다.. 더보기
김영하 전문가 실패기 *지난 학기 리포트. *장편을 모두 읽고 쓰려다 중간에 포기했다. 그렇게 김영하 전문가되기는 실패. 이케아 세대가 김영하를 소비하는 법 설문조사를 했다. 주변 지인 대여섯에게 ‘왜 김영하 소설이 섹시한 것 같으냐’고 물었다. 우선 대부분이 ‘김영하 소설이 섹시하다’는 전제에는 동의했다. 친구 S는 한참 생각하다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지질한 남성 캐릭터들이 전시하는 담배 찌든 내음의 지성(知性)이 김영하 소설에도 잘 구축돼 있다”라는 길고 어려운 대답을 했다. 미안하지만 동문서답이었다. A가 왜 B하냐는 물음에 C도 B한데 A가 C같아서라는 이상한 대답을 한 셈이었다. 후배 P는 S와 달리 망설이지 않고 “밤에 어울리는 작가다”라고 단박에 대답했다. 그리고 조금 모자랐다고 생각했는지 “좀 담담하게 무섭고.. 더보기
조바심 강의를 듣고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그간의 글들을 읽어보았다. 괜찮은 퇴고본이 많다. 내가 썼지만 좋은 글들이다. 퇴고 수준의 글을 실전에서 한 번에 써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상'으로 남는 철학적 문제들을 직접 찾아보는 수고를 들이는 공부를 해야 한다. 스스로 막바지라 천명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첨삭받을 모든 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완전히 복기할 수 있을 정도로 논리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도록 집중하자. 이제 주말마다 사재기하고, 도서관에서 낑낑거리며 짊어지고 온 책들만 제때 읽으면 금상첨화인데... 더보기
5분 동안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의식적으로 경감시키고자 머릿속에 떠오른 논리가 있었다. 독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생명의지에 준하는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이어트라는 건 반드시 다이어트해야 한다는 벼랑 끝의 마음이 아니라면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도처에 유혹거리가 널려있다. 유혹이 아니라도 습관을 바꾸는 데는 꽤 대단한 각성이 필요하다. 늘 의식하고, 긴장하지 않으면 고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아직 원하는 만큼 충분히 살을 빼지 못한 것은 바로 이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애석함도 있지만 이것은 한편으로 낙관적인 해석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것만해도 상대적으로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았.. 더보기
"가장 가슴 뛰는 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더보기
장마철 뉴스를 보는 자세 장마철이면 얼추 각사 방송의 뉴스 전개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보지 않아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매해 날씨 뉴스가 반복되는 이유는 비효율의 대가를 치르며 얻는 경각심 고조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통계치를 보면 여름 태풍의 이름이 위협적이지 않거나 예보가 전해에 비해 빈번하지 않은 경우, 실제 태풍의 규모와는 별개로 피해가 더 컸다고 한다. 아무리 예상 가능한 재난이라도 그것을 반복해서 각인하는 학습 유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융통성’이 사회생활의 문법처럼 사용되곤 한다. 원칙에 외곬으로 얽매이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융통성은 효율성에 기초한다. 적은 수고를 들여 큰 만족을 이끌어내는 효율의 원칙에 융통성이라는 덕목은 더없이 잘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