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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전혀 반대의 논리로 까뒤집혀 모조리 반박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심지가 굳고 단단한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상적인 글의 형태에 슬쩍 단서를 붙인 것은 세상 어디에도 누구에게나 '완벽한' 글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써야 하는 이상향의 글은 여태껏 내가 감탄해왔던 글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정합적이고 갖은 수식어구를 쓰지 않아도 의미가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되는 통상적인 '좋은 글'의 기준은 동일하다. 그러나 내가 요구받는 논술문의 형태는 개성이 크게 발현되지 않고 감정이 절제된, 그야말로 '정장을 입은 느낌'의 톤을 유지해야 하는 글이다. 내가 좋아하고 감탄했던 위태롭고, 아름다운 평론가들의 문체는 지금의 내 시험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로 평가받는 시험이란 공부하는 사람에게 한.. 더보기
바야흐로 힐링 주간 분에 넘치는 힐링이다. 뭐가 예뻐도 어디가 예쁘긴 한지 여러 분들에게 백번 절해도 모자랄 시혜들을 입었다(주로 입호강 맛호강) 책 선물까지 받았다! 믿겨지지 않지만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열씨미살자. 곧 회기동 k랑은 등산도 가야지 더보기
6월 26일 오후 9시 43분 풍경 새벽 축구 경기까지 기다릴 모양으로 카페에 사람들이 많다. 외국 대학 도서관처럼 인테리어를 꾸며놓은 이곳에서는 제법 진정성을 갖출 요량인지 각종 전공 원서들도 구비하고 있다. 외상관리에 관한 의학 서적이 서고에 꽂혀 있는 것에 눈길이 간다. 신경숙의 소설부터 롯데백화점 이철우 사장의 경영철학을 말하는 자서전까지 책의 종류나 수량도 많은 편이다. 최근엔 진로를 갑자기 선회해버린 어떤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박차고 새로 바닥부터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더러 있는 것을 보면 며칠 전 홍대의 작은 클럽에서 들은 노랫말처럼 인생은 "산 너머 산"인 모양이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말문이 막혀버린다. 터키의 에드벌룬이 펼.. 더보기
실망시키지 않는 톰 아저씨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Edge of Tomorrow 8.2감독더그 라이만출연톰 크루즈, 에밀리 블런트, 샬롯 라일리, 빌 팩스톤, 제레미 피븐정보액션, SF | 미국| 113 분| 2014-06-04 고만고만한 SF 액션물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기대를 여전히 충족시켜주는 영화.이런 종류의 액션 연기는 역시 톰 크루즈를 따라올 배우가 없다는 점을 깨우쳐준다.나이를 어디로 먹는지, 이 영화에선 더 잘생겨보인다. 가장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절삭한 영화다. 뻔한 삶을 반복해서 살아갈 수 있는 투지에 대해 침묵한다. Cage라는 이름에서부터 윤회와 해탈까지 읽어낸 이동진은 역시 평론계의 아이돌이 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보기
유리창 위의 벌레 1.정체를 알 수 없는 연두색 유충 하나가 아침 7시부터 지금까지 카페 바깥 유리창에 붙어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몸체가 많이 흔들리지만 꿋꿋이 유리창에 몸을 붙이고 있다. 유충이지만 보기가 께름칙해 포스트잇을 붙여놨더니 붙여놓지 않은 쪽으로 움직여 또 그렇게 한참을 붙어있다. 이 벌레조차도 지켜보고 싶은 유리창 속의 세상이 있다는 듯. 오전 나절을 줄곧 이 유리창에 붙어있는 이 빨간 눈의 벌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작은 녹색 몸체 안에 스민 맹목적이고 순수한 생명의 충동을 느낀다. 어리둥절하게 생명을 부여받고 단지 살아남는다는 충동으로 사는 것. 어떤 고귀한 설명이 부연되더라도 인간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5시간동안 유리창에 붙어 있는 벌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더보기
정당 개혁에 관한 조-경 콜라보 *진짜 보기 힘든 콜라보 [경향]20140609 정태인 정동칼럼: 정당이란 무엇인가? (생략)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이들의 지지율은 4년 만에 평균 9.3%포인트 올랐다. 흔히 세월호 참사의 여파라든가 후보 단일화, 그리고 혁신교육의 성과를 이유로 든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 10%도 되지 않는다. 내가 아는 당선 교육감들의 성향은 새정치연합이라기보다 정의당이나 녹색당에 더 가깝다. 교육감 당선자들도 지지하는 당을 표기했다면 낙선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 소속이거나 후보 단일화가 당선의 충분조건인 것도 아니다. 같은 새정치연합 소속이라 해도 박원순, 최문순 당선자와 송영길, 김진표 낙선자를 비교해 보면 누가 뭐래도 후자가 더 ‘진성 민주.. 더보기
스트레스의 원인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밖에 나와 있어도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하다. 제대로 정돈되지 못한 글감들 역시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대청소를 하다 지쳐서 쫓기듯 나와 글을 쓰고 있다. 써봐야겠다 혹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혹은 써야하고 읽어야 할 글들에 대한 '퀘스트 미완성'이 내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이다. 집에 한가득 쌓인 신문들도 생각나고 짜증나 죽겠다. 머리가 좋아서 일필휘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이렇게 짜증이 날 때는 맛있는 걸 먹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먹고나서 더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짜증을 없앨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이다.신문이랑 책은 미루지 않고 그날그날 다 읽는 것이 최고다. 언시생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성실성을 시험받는 과정인 것 같다. 신문을 그전에 얼마.. 더보기
[이코노미스트]20140101 민주주의의 위기(NP번역) *이 칼럼에는 '민주주의 위기'라 부를 수 있는 현상이 두 가지로 혼재돼 있다. 전자가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강압적 외부요인, 곧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들이라면 후자는 민주주의 체제를 책임지던 내재적 동력이 처한 위기다. 이 중 그나마 더 '새로운 위기'라 칭할 수 있는 것은 후자의 문제일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특수한 체제를 이끌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주권자들의 자발적 정치 참여가 더이상 내재적으로 유효하지 않을 때, 즉 자발적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 더이상 제공되지 않을 때 그것은 유권자와 주권자들이 책임질 문제인가? 투표율이 공개될 때마다 항상 언급되었던 '누군가 개새끼론'은 그 맥락에서 정당한 비판이라 할 수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민주주의 위기'라는 현상은 과연 '퇴.. 더보기
누르고 또 눌러도 소년이 온다저자한강 지음출판사창비 | 2014-05-19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 성실하게 꼭꼭 눌러 쓴 책은 그냥 읽을 수가 없다. 특히 가슴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글은 더 그렇다. 몇 번을 덮었다 펼쳤다 반복했다. 숨이 막혀 한번에 끝까지 읽지 못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먹고 사는 것 말고 우리를 살아있게 만들었던 것들에 대해 한강은 신형철 평론가 말마따나 너무나 "정확한" 언어들로 증언하고 있다. 분노, 혹은 어떤 종결이나 청산도 아니다. 끝내 잊혀지지 않을 '부재의 기억'을 다만 고백한다. 체험하지 못한 기억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활자 하나하나가 아프게 다가오는 이 증언들은 우리가 한때 '양심'과 '신념'만으로도 살 수 있.. 더보기
[중앙]20140605 분수대, 양선희 논설위원 기고 *분수대의 글은 평소에도 거의 균질적으로 좋았지만 이번 건 재미있어서 발췌해봤다. *바로 옆엔 장하준 교수가 '집단 효도'가 필요하다는 칼럼에서 노인 빈곤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오래된 미래"의 문제인가, 아니면 "특정 세대"의 문제인가? *전반적인 통찰과 문제의식엔 동의하나 이 칼럼에도 60대부터 80대까지 무려 세 세대를 '노인'이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통칭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노인들 '요즘 노인들 무섭다'. 이 말은 '요즘 애들 무섭다'는 말만큼이나 공감을 얻는다. 세월호 아이들을 팽개치고 도망친 이준석 선장이나 전남 장성 요양원 화재와 서울지하철 3호선 도곡역 열차 방화 용의자도 70, 80대였고 최근 전남 영암의 한 초등학교에서 대낮에 여아 4명을 성추행한 용의자는 60대였다. 70대 노인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