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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쉽지 않은 나날들 쉽지 않은 날들이 거듭되고 있다.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사실 생각을 놓고 다니는 것인지, 생각을 하지 않고 다니는 것인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지도 헷갈린다. 평범한 일상을 희구하지 못한지 2개월이 넘었다. 기자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적어도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질서에 충분히 순응할 수 있는 인성을 타고나야 한다. 하루 많아도 두시간 남짓 잠을 자고서도 이 생활이 가능한 것은 선배들에 대한 강한 믿음이나 자기 스스로의 확신이 충분해서가 아니라 위력적으로 이 생활에 길들여질 수 있는 사람들이 기자를 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를 위해서는 이 강력한 상명하복식의 위계질서를 수긍하기 위한 근원적 차원의 설득이 필요하다.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든지, 기자가 되기 위.. 더보기
얼굴들 10월을 마무리하자 11월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조금씩 실감이 났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 출입문에 있는 경비 근로자들께 인사드리고, 밤낮없이 환한 회사로 들어간다. 아직 본격적으로 투어는 하지 못했지만 대략적으로 가늠이 된다. 엘레베이터가 서는 층마다의 공기가 다르다. 내 베이스캠프이기 때문도 있겠지만 보도국이 유독 더 침착하고 무거운 느낌이다.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그렇다. 무언가를 재빨리 생각하는 얼굴들. 그렇게 넓어 보이던 회사가 고작 몇 주 근무했다고 벌써 손에 잡힐 것 같다. 보도제작국을 가로질러, 편집실을 지나면 센터가 나온다. 중요한 길목마다 교대 근무를 서는 경비분들과는 이제 안면이 트일 정도로 눈인사를 했다. 지난주에는 일주일간 사내 교육을 함께 했던 동기들과 관악산 정상에 .. 더보기
10월의 기록 아날로그 다이어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초엔 품을 들여 샅샅이 서점을 뒤져 산 노란색 수첩도 있다. 그런데 올 하반기에는 계속 휴대폰 달력을 썼다. 쓸데없는 고집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확인하니 훨씬 편하다. 10월은 길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시 달력을 들여다본다. 하나라도 일정이 기입되지 않은 날이 5일을 넘지 않았다. 어느 날에는 일정 7개가 적혀있는 날도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을 것이다. 팝콘 터지듯 쏟아진 공채들의 틈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거의 매주 있는 시험을 치느라 고생들을 많이 했다. 결국 나는 한 줌의 성과를 그러쥐었지만, 아쉽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내상은 아마도 클 것이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앞으로가 시작인 시험들 역시 여전히 많다는 .. 더보기
소름 돋는 글 글을 찾아 강박적으로 읽으려는 습관이 있다보니 좋은 글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내용에 필요한 논문을 찾다가 지방대 국어국문학과 강사가 쓴 논문을 뽑아 읽었는데 논지는 물론이고 문장이나 표현, 구성이 좋아서 마구마구 밑줄과 각주를 끄적거리며 읽었다. 패기있고 냉철한 결론부 문장의 마침표까지 따라 읽을 때면 이래서 사람이 평생 공부를 할 수 있는 거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말 그대로 팔에 소름이 쫙 돋는다. 열심히 추천을 받거나 조사를 해서 좋은 글을 쌓아두고 읽고 있으니 내 팔엔 소름이 자주 돋는다. 기분 좋은 자극이다. 자기가 소속된 분야에 축적된 논문이 재미있어야 해당 분야의 공부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학교로 들어오는 버스에서 뒷좌석에 앉은 저학.. 더보기
취향의 시대 USB를 새로 구입한 기념으로 D드라이브를 정리했다. 음악 파일을 하나로 묶어 폴더로 정리하고, 보기 좋게 이름을 바꿔 정렬하고. 사진과 영화도 차곡차곡 쌓았다. 애써 모았던 음원들의 목록을 확인했다. 대개가 2~4년 정도 지난 것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디즈니 앨범들과 우리나라에서는 로 번역됐던 일본 애니메이션 의 OST 앨범도 있다. 내가 최초로 접한 만화책이자 최후로 접한 만화책이기도한데 애니메이션 버전을 나는 더 좋아했다. 그 특유의 울적한 톤과 잠잠한 분위기가 뇌리에 박혔다. 지금도 나는 이 애니메이션이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15세 중학생 감성을 가장 잘 담은 순정 만화라 생각한다. 습하고 구름이 어두운 여름을 떠올리는 남자 주인공의 테마를 특히 좋아했다. 곡을 연주하겠다.. 더보기
조바심 강의를 듣고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그간의 글들을 읽어보았다. 괜찮은 퇴고본이 많다. 내가 썼지만 좋은 글들이다. 퇴고 수준의 글을 실전에서 한 번에 써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상'으로 남는 철학적 문제들을 직접 찾아보는 수고를 들이는 공부를 해야 한다. 스스로 막바지라 천명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첨삭받을 모든 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완전히 복기할 수 있을 정도로 논리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도록 집중하자. 이제 주말마다 사재기하고, 도서관에서 낑낑거리며 짊어지고 온 책들만 제때 읽으면 금상첨화인데... 더보기
5분 동안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의식적으로 경감시키고자 머릿속에 떠오른 논리가 있었다. 독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생명의지에 준하는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이어트라는 건 반드시 다이어트해야 한다는 벼랑 끝의 마음이 아니라면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도처에 유혹거리가 널려있다. 유혹이 아니라도 습관을 바꾸는 데는 꽤 대단한 각성이 필요하다. 늘 의식하고, 긴장하지 않으면 고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아직 원하는 만큼 충분히 살을 빼지 못한 것은 바로 이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애석함도 있지만 이것은 한편으로 낙관적인 해석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것만해도 상대적으로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았.. 더보기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전혀 반대의 논리로 까뒤집혀 모조리 반박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심지가 굳고 단단한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상적인 글의 형태에 슬쩍 단서를 붙인 것은 세상 어디에도 누구에게나 '완벽한' 글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써야 하는 이상향의 글은 여태껏 내가 감탄해왔던 글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정합적이고 갖은 수식어구를 쓰지 않아도 의미가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되는 통상적인 '좋은 글'의 기준은 동일하다. 그러나 내가 요구받는 논술문의 형태는 개성이 크게 발현되지 않고 감정이 절제된, 그야말로 '정장을 입은 느낌'의 톤을 유지해야 하는 글이다. 내가 좋아하고 감탄했던 위태롭고, 아름다운 평론가들의 문체는 지금의 내 시험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로 평가받는 시험이란 공부하는 사람에게 한.. 더보기
바야흐로 힐링 주간 분에 넘치는 힐링이다. 뭐가 예뻐도 어디가 예쁘긴 한지 여러 분들에게 백번 절해도 모자랄 시혜들을 입었다(주로 입호강 맛호강) 책 선물까지 받았다! 믿겨지지 않지만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열씨미살자. 곧 회기동 k랑은 등산도 가야지 더보기
6월 26일 오후 9시 43분 풍경 새벽 축구 경기까지 기다릴 모양으로 카페에 사람들이 많다. 외국 대학 도서관처럼 인테리어를 꾸며놓은 이곳에서는 제법 진정성을 갖출 요량인지 각종 전공 원서들도 구비하고 있다. 외상관리에 관한 의학 서적이 서고에 꽂혀 있는 것에 눈길이 간다. 신경숙의 소설부터 롯데백화점 이철우 사장의 경영철학을 말하는 자서전까지 책의 종류나 수량도 많은 편이다. 최근엔 진로를 갑자기 선회해버린 어떤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박차고 새로 바닥부터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더러 있는 것을 보면 며칠 전 홍대의 작은 클럽에서 들은 노랫말처럼 인생은 "산 너머 산"인 모양이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말문이 막혀버린다. 터키의 에드벌룬이 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