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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굿와이프의 bgm들 Good Wife의 연출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것에는 적재적소로 bgm을 활용하는 센스도 한몫한다. 우리나라에도 bgm에 배팅한 소울메이트란 드라마가 있었다. bgm만 따로 묶어서 앨범을 내기도. 앨범으로서는 괜찮았는데 드라마에서는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PD가 이것봐라 이게 내가 아는 고급음원들이다라고 말하듯이 원없이 자기 취향 음악들을 무작정 깐 듯한 어색함이 기억난다. 굿와이프 팬이라면 한번쯤 검색했을 법한데 bgm 관련 포스트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잉여하는 김에 올려본다. 잉여할 때가 아니긴 하다. 리들리스콧은 영상과 bgm을 환상적인 배합으로 우려낸다. 노련한 유머감각과 절제미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음악 감독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리들리스콧 작품은 늘 bgm이 좋았다. 이 감각이야말로 'Ch.. 더보기
음악 취향 공유에 대한 느슨한 고찰 새벽녘 가끔씩, 쓰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일 때가 있다. 중학생 시절 뻔질나게 들락거렸던 한 공포 소설가의 미니홈피 글에 따르면 새벽 3시~4시는 이승과 저승이 공속하는 시간이라 한다. 멋드러진 필명과 전래 동화를 잔혹 소설로 기가막히게 둔갑시킬 줄 알던 재능 덕에 많은 사람들에게 스타로 추앙받던 그이는 저승의 끼라도 전수받는 것인지 줄창 새벽녘의 이 시간이면 단편들을 써서 게시판에 올려두곤 했다. 나는 맛있는 생선 요리가 된 인어공주, 존속 살해의 아이콘이 된 헨젤과 그레텔 등 충격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들을 선사한 그이의 글들을 보며 매번 그 필재나 서사 전복의 솜씨에 감탄하곤 했다. 그때 그 사람의 미니홈피 bgm은 니노 로타의 영화음악들이었다. 자박자박 반전을 향해 흘러가는 필치가 배경음악과 잘 어우러.. 더보기
새벽 오랜만에 여태 잠들지 않았다.간만에 찾은 강남역은 역시 사람들이 많았다. 간만에 찾은 카페도 파스타가 맛있었다. 겨울이다. 연말 분위기 흠씬. 코를 스치는 차가운 공기가 기분이 좋았다. 간만에 깔깔대고, 간만에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볼 만한 책들을 메모하고 사뿐사뿐 걸어왔다. 늘 과제는 버겁고, 할일은 무릎까지 차 있다. 그래도 즐겁다. 예상치 못하게도 새로 친구들을 사귀었다. 과제가 남았다. 4시간 후에는 일어나야 한다. 제프 베넷 노래를 오랜만에 듣는다. 좋다. 이적 5집을 들었다. 역시 좋다. 읽고 싶은 책이 많다. 더보기
나는 괜찮다 다음주부터는 다른 시험도 많아, 추스릴 시간이 그렇게 많진 않다. 스케줄러를 펴들고 세어보니 6주였다. 긴 시간 내 마음을 졸였던 M사 채용이 막을 내렸다. 처음에 2500명이 지원했다는 소식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시험을 봤다. 그리고 필기합격, 실무합격, 최종 진출까지. 갑자기 시간이 빨리 흘렀다. 필기 이후부터는 정말 열심히 했다. 논문 심사에 중간고사까지 겹쳐 애를 먹었지만 어찌어찌 내가 생각한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이었겠지만 나는 그 기간 동안 내내 설레면서도 치열했고, 바쁘면서도 행복했다. 고민이 많았다. 많은 이들의 꿈, 그리고 누군가에겐 잃어버리기도 한 꿈, 또 누군가에게는 영원하기도 한 꿈을 모은 '뜨거운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내게.. 더보기
욕심 고약한 버릇이 있다. 청소를 하면서 느꼈다. 나는 읽지 않은 글자가 적힌 것을 잘 못 버린다. 활자중독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신문의 경우 그렇다.오랜만에 대청소를 한번 하려고 했지만 채 읽지 못하고 쌓여있는 신문 3여종을 차마 다 버리지 못하겠다. 이사갈 때가 문제다. 이래서 집을 옮길 수나 있을까. 집 옮기기 전에 하루 날 잡고 가득 쌓여있는 신문이나 종일 읽고 싶다. 활자와 활자 사이, 행과 행 사이 들어있는 모든 의미를 읽어 삼키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방 구석 가득 쌓인 신문들을 모두 분해해 1면 편집이 훌륭한 면, 볼 만한 칼럼이 실린 면, 좋은 테마 책면, 인터뷰가 훌륭한 지면별로 분류를 해서 정리하고 싶.... 그만하자. (이것이야말로 '.. 더보기
진진한 생의 의지 4호선 두 번, 파란 버스 두 번을 탔다. 아침의 한강, 저녁의 한강을 봤다. 그래비티를 봤다. 이정도면 훌륭한 시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랜만에 걸작을 봐서 좋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동시대에 살아서 기쁘다. 진진한 생의지의 체험을 주는 영화일 뿐더러 일종의 영적 영감을 주는 영화라고도 생각한다. 나 가 주는 압도감과는 결이 다른 경이가 있다. 영화라는 장르가 이른 기술적 진보의 최절정점을 대표하는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보다 더 회자돼야 할 영화다. 쓰고 싶게 만드는 영화. 써야 하는 영화. 이 영화를 보며 전율을 느꼈을 많은 평론가들의 표정을 떠올렸다. 롱테이크는, 재차, 경이롭다. 더보기
짜증나는 호르몬 이제는 알 수 있다. 이유 없이 의욕이 저하되거나 뭔가 짜증이 나고 좀이 쑤실 때, 도무지 그 이유를 찾고 싶은데 뭔지 감도 안잡힐 때, 그건 호르몬의 영향이다. 불효녀인 나는 이런 시즌이 오면 그제야 엄마에게 전화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현자와 같은 음성으로 1. 별 것 아니며 2. 호르몬 때문이다 3. 생리하니? 를 묻곤 했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엄마의 무신경한 그 대응이 더 서운하고 답답했는데 세월이 쌓인 지금 돌아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인간의 구조는 복잡하면서도 참 단순하다. 그래서 지금의 이 기분 역시 무엇인가 나의 식생이나 기온 및 전자파 등등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촉발된 호르몬의 작용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다행히도 나에게 이런 시즌은 그렇게 길게 지속.. 더보기
가을날은 간다 가을은 무슨. 그새 겨울이 왔다. 마지막 전필 중간고사를 끙끙 치르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참 추웠다. 겨울옷 챙길 여지도 없이 바쁘게 시간을 지나쳤다. 단풍이 무색하게 겨울이 올 기색이다. 벌써 도톰한 코트를 꺼내 입을 때인가. 시간이 참 무정하게도 흐른다. 쓰고, 읽고, 말하는 동안 어느덧 시월도 중순이다. 방명록을 남겼다고 하길래 오랜만에 미니홈피에서 비지엠 컬랙션을 들었다. 패트리샤 바버의 노르웨이의 숲. 나근나근하니 좋구나. 역시 가을은 재즈의 계절인거다. 바쁜 일들이 해소되면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가고 싶다. 아쉽게도 카파전은 놓쳤다. 파랗고 높은 하늘 밑에서 큰 숨을 들이마시고 돌담길을 도담도담 얘기하며 또각또각 걸어야지. 생각만해도 좋다. ^^ 공들여 모은 싸이 비지엠은 저마다의 사연들이 .. 더보기
분투의 기억, 행복의 기억 뜬금없게도 그런 날이었다. 그간 신문사에서 써왔던 기사들을 죽 훑어보았다. 2년 반, 이라고 하면 다들 놀랐다. 적지 않은 시간인 것은 나도 잘 알았지만 퇴임 후 시간이 원체 쏜살같이 흘렀나보다. 지나고 나면 할 만했던 기억이라던 선배들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참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힘든 만큼 할 만했고 어려웠던 만큼 행복했던 기억이었다. 한 학기를 버티게 해 주는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세미나 여행의 그 짧은 기간에 모조리 생겨났다는 것도 참 신기했다. 2박 3일이면 2박 3일동안, 1박 2일이면 더 컴팩트하게 말도 안되게 포복절도 했던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같이 동고동락했던 몇몇 선배들이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언제.. 더보기
어느날 도서관을 나서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번호표를 들고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어르신들이 점심 한 끼 무료로 먹기 위해 배식 시작 30분 전부터 길게 줄을 선다. (...) 10월2일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9월 30일에는 부산의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지 5년이 넘은 60대 할머니가 발견되었다. 할머니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옷을 아홉 겹이나 껴입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에를 안고 있다. 유엔인구기금이 발표한 노인복지지수는 91개국 중 남아프리카공화국(65위), 우크라이나(66위)보다 낮은 67위다. 특히 연금과 빈곤율 등을 반영한 노인소득지수가 90위로 세계 최하위다. (...)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의 나라다.. 더보기